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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21

어떤 글을 써야 할까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 글은 대부분 재미가 없다. 남에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생명을 잃는다. 좋은 글은 내 생각과 경험이 독자의 필요와 만나는 글이다. 독자의 필요는 지식일 수도, 영감일 수도, 문장의 아름다움일 수도 있다. 내가 잘하는 구간이 어디인지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써보고, 반응을 보고, 다시 쓰는 것뿐이다. 꾸준함은 깨어있을 때 동작한다. 매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조심스런 마음이 앞선다. 마치 깨끗한 방에 홀로 남겨진 느낌이다. 성장의 욕구와 유지의 강박이 충돌한다. 일단 방을 어질러본다. 어질러진 방은 때론 마음의 안정을 준다. 지금 나의 시도가 현상을 망치지 않기 때문이다. 뭐가 되었든 좋다. 한 글자 먼저 눌러야 변화가 생긴다. 지금 이 블로그는 나에게 어.. 2020. 1. 18.
나는 나의 무엇을 팔 수 있을까 "아빠 오늘 회사 안 가?" 어쩌다 쉬는 날이면 아이들도 금세 뒤틀린 일상을 눈치 챈다. 평범함이 깨졌다는 생각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돌아갈 곳이 있으며 출근하고 퇴근하는 하루의 반복이 주는 평화로움이 새삼 느껴지는 순간이다. 문득 회사를 뺀 나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본다. '베이스캠프 없이 산을 오를 수 있을까', '나는 나의 무엇을 팔 수 있을까'. 질문과 답이 뒤엉켜 풀 수 없게 된 생각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창 너머 거리를 본다. 분주하고 여유로운 사람들은 각자 길을 가고 있다. 껌뻑이는 점멸 신호는 역할을 하는 둥 마는 둥 늘 그 자리다. 회사는 상당히 괜찮은 갑옷이다.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해주고, 좋은 무기로 최대 효율을 끌어내도록 돕는다. 사회적 정체성을 형성하기도 하며 무형의 신용을 만.. 2020. 1. 14.
오늘 하루 어땠나요. 갑자기 글쓰기가 두렵던 때가 있었다. 아니 굳이 글쓰기라 특정지을 필요는 없겠다. 상실의 시기엔 무엇인들 그렇지 않겠는가. 그러는 사이 찬란했던 봄이 지났고, 설레는 맘은 기억 속으로 잊혔다. 뜨거운 여름이 오기도 전에 괜히 겨울 걱정이 된다. 고질병이다. 어쩌면 이번엔 더 현실적이라는 점은 좀 달랐달까. 다시는 같은 자리에서 같은 계절을 맞지 않았으면 했던 바람은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있다. 달리 할 말이 없다. 굉음을 내며 돌아가는 중고 냉장고의 소리가 없었다면 시간이 가는 것조차 몰랐을지 모른다. 초록의 잎은 밤의 가로등 아래선 환상적이다. 저 모습이 영원할 것 같아 나는 그렇게 초초하게 게으름을 피웠나. 몇 번의 소나기가 내리고 맑은 하늘이 왔다 가면 어느새 낙엽이 질 것이다. 사람들은 오늘 어떤 .. 2019. 9. 26.
눈물샘 “새 울음소리가 들려” “새는 눈물을 안 흘려. 그러니까 짖는 거지” 이런 대화를 듣고 있다 보니 좀 우습기도 하고, 새가 정말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하는 괜한 궁금증도 일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지는 감정, 그러니까 울음 안에서 발산되는 슬픔과 기쁨을 대표로 하는 아픔, 그리움, 미안함, 행복함, 감격 따위의 수많은 감정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걸까 생각했다. 확실한 것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고 울지 않는 것이 아니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어쩌면 매일 우는 새를 곁에 두고도 눈물샘이 없다 생각했던 건 인식의 부재에서 기인했는지도 모른다. 몇 개월 전 아는 지인의 결혼식이 있었다. 조금 늦은 때 결혼한 이 부부의 결혼식은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성숙해진 두 사람의 만남은, 그저.. 2019.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