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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2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오랜만에 두 번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겼다. 이 좋은 배우들 데려다 이것밖에 못 찍었냐는 댓글이 영 마음에 걸려 차일피일 미루었지만 결국 볼 수밖에 없었다. 배우들의 선택이 댓글의 힘보다 세었기 때문이다. 화려한 액션이나 짜릿한 반전이 녹아든 스릴러물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오락물을 기대했다면 다른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시간을 아끼는 길이다. 다만 근래에 이렇게 강렬한 힘이 있는 영화가 있었나 싶다. 영화 속 인물들의 욕망은 부끄러움과 수줍음, 노골적 협박과 평범함에 묻어 슬그머니 밖으로 드러난다. 5만원 권 다발이 수북이 들어있는 주인 없는 돈가방이 내 손에 들어온다면, 그리고 적어도 아직까지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다음의 마음은 어디로 움직일까. 살인이 과자 먹듯 눈 앞에.. 2020. 8. 20.
변동성이 만드는 미래 두 명의 고등학생이 눈을 부릅뜨고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달그락거리는 의자 소리가 둘 사이의 불편한 공기를 비집고 든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기싸움은 한 명의 주먹질과 함께 교실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정신없이 휘둘러대는 주먹과 발길질은 말릴 틈을 주지 않는다. 씩씩거리는 소리와 욕설이 난무한다. 한 명이 쓰러져야 끝나는 싸움인 것이다. 교실 벽에 붙은 오래된 스피커에서 촌스러운 수업 종소리가 울린다. 주변 구경꾼들이 하나 둘 자리로 돌아가고 흥분의 잔여물이 남은 현장을 방치한 채 당사자들은 후일을 기약하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우리는 감정적으로 시작해 극적으로 치달았던 싸움이 끝나게 된 지점이 가끔 말도 안 되게 사소하거나 엉뚱한 것이었음을 발견한다. 서로가 이겨야 하는 상대는 분명했지만 싸움의 종료.. 2020.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