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타트업

중국의 한국인 2016 컨퍼런스를 다녀와서

by rhodia 2019. 9. 25.

오늘 분당 정자동 네이버 본사 커넥트홀에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와 플래텀이 주최하는 ‘중국의 한국인 2016’이 열렸다. 알리바바 픽쳐스부터 텐센트, 알리페이 코리아, 화이브라더스 등 유명 기업에서 근무하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LB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 등의 VC,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연사분들이 귀한 경험담을 들려줬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트위터를 통해 살펴볼 수 있으며 #중국의한국인 해시 태그를 통해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살펴볼 수 있다. 관련 영상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네이버 TV캐스트와 유튜브 공개 영상 소식을 곧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컨퍼런스의 전반적 내용 요약보다는 인상 깊은 세션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 위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마침 중국 출장을 다녀온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데다, 중국의 산업도시 몇 군데와 상해, 북경 중관촌 등을 둘러보고 온 기억이 떠올라 더 몰입하며 들을 수 있었다. 실제 제품을 중국 시장에 판매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이런 컨퍼런스가 열려 참 고마웠다.

 


주제

큰 주제는 온오프믹스에서 밝히고 있듯이 “중국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이 들려주는 보다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이야기”다. 말 그대로 중국에 관심 있는 한국인들이 그들의 문화와 환경을 간접적으로 전해 듣고, 어떤 어려움을 겪으며 일을 하고 있는지, 실리콘밸리나 한국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 각 분야 경험자들의 시각을 통해 전해주는 것이다. 아래와 같이 4개의 소주제로 7시간가량 진행되었다.

  • 중국에서 일하기: 대기업 입장에서 바라보는 중국의 현상황 및 기업문화
  • 중국 이모저모 살펴보기: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중국과 스타트업
  • 중국에서 투자하기: 중국 투자 시장 전반 및 중국 시장 진출과 창업
  • 중국에서 스타트업하기: 한국인으로서 중국에서 겪은 창업/투자/엑싯 진출담


인상 깊은 세션 소개

[한희주 프로듀서 – 알리바바 픽쳐스]

‘중국 로컬 엔터테인먼트 기업에서 배우고 경험한 생생 스토리’라는 주제였는데, 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절반 정도밖에 못 들은 것 같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번 컨퍼런스를 통틀어 가장 좋았던 세션 중 하나였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를 통해 녹화 편집 영상이 올라오면 꼭 다시 볼 생각이다. >> 강연 영상 바로보기

[중국에서 일하기 패널토크]

“어떻게 BAT(Baidu, Alibaba, Tencent)의 직원들은 열정적으로 자기 일처럼 할 수 있나?”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그에 대한 패널들의 답변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들이 회사일을 자기 일처럼 하는 이유


1.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에서의 성취감
2. 회사에서 했던 성공한 프로젝트가 내 레퍼런스가 되어 커리어에 도움이 됨
3. 창업의 기회가 있고 연결될 수 있음.
4. 복지, 인센티브 등의 적절한 보상

 

커뮤니케이션 방식


1. 수평적이고 공격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고 관철하려는 노력과 분위기 (IT분야 또는 BAT만의 특징일 수도 있음)
2. 군중 속에서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도.

 

한희주 프로듀서는 알리바바는 처음 시작할 때 일단 판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이 때는 적과 동지 모두 구분치 않고 협력하며 판이 커진 뒤에 나눠갖는다는 말을 했다. 마치 중국의 법이 적용되는 방법이나 도시를 건설하고 키워내는 방법과 많이 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극히 중국적이며 합리적이고 훌륭한 전략이라는 생각을 했다.

 

회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회장님의 장문의 글이 공유된다는 답변도 인상 깊었다. 회사에 중요한 일, 특히 어려운 일이 생기면 직원들 사이에선 임원들만 모르는 여러 루머가 떠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건 창업자, 즉 리더의 비전 제시와 현 상황에 대한 소통이다. BAT를 선두로 한 중국의 기업들이 이런 일들을 잘 해내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었다.

 

이미 많은 분야에서 한국을 앞선 중국의 미래에 대한 전망에 대한 질문에 약 10년 정도는 건재하지 않을까 한다는 답변이 있었는데 사실 이 부분은 경제인구감소, 소득 불평등의 심화, 인권, 중진국의 함정 등 현재도 진행 중인 문제들을 눈 감은 채,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와 논리가 없어 크게 공감되지 않았다. 다만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중국의 규모와 성장 속도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에 대해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은 마음이 만든다. 이미 틀린 것 같다는 두려움을 걷어 내고 먼저 자기 자신을 그 상황에 끼워 넣어 봐야 한다. 그리고 현실을 직면하며 상황에 맞게 계속 움직여야 한다. 거기서 만나는 일들이 진실이다. 그리고 이 진실은 사람마다 다르다. 두려움과 편견이 앞서면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진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조상래 대표 – 플래텀]

플래텀 조상래 대표님의 모든 슬라이드는 알고 싶은 정보를 보기 좋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정말 주옥같았다. 나중에 꼭 공유되었으면 하는 발표자료였는데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분이면 상당한 자신만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중국 정부가 창업을 권하는 이유


1. 실업난 예방 (2014년 중국 실험률 10.5%, 2015년 15~20%(추정))
2. 양질의 일자리

 

다양한 분야에서 (대주주가 서로 바뀌고, 투자도 같이 하고) 협력과 경쟁하며 판을 키운다.

 

다양한 분양에서 경쟁하고 있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알리바바의 생태계, 그리고 우리가 아직 잘하지 못하고 있는 최상단 영역 ‘알리바바 사업영역’

>> 발표자료 바로보기

[정원선 본부장 – 화이브라더스]

장인모 감독 작품 연대기와 중국 시대 변화를 씨줄과 날줄로 너무나 잘 엮어 주셨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것처럼 참 재미있고 흥미로웠던 시간. 전체 세션 중 가장 발표가 매끄럽고 매력적이지 않았나 싶다.

 

정원선 본부장님이 장인모 감독의 작품과 중국의 시대 변화를 설명하는 중

설명을 듣고 2008년 장인모 감독이 연출한 북경 올림픽 오프닝 영상을 보니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현재 해당 영상은 저작권 문제로 유튜브에서 삭제된 상태)

 

이어서 영화 ‘인터스텔라’를 제작했던 레전더리(LEGENDARY)를 완다 그룹이 인수한 뒤 내놓는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만리장성’의 소개가 나왔다. 지금까지 들었던 장인모 감독의 영화들과 중국 시대 변화 설명을 들은 뒤여서 그런지 문화 컨텐츠로 보여지고 스미는 중화사상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한류 콘텐츠가 지금은 호감을 얻고 관련 산업이 힘을 받고 있지만 이런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세션 중 언급되었던 등소평 시절의 ‘힘을 기르고 나중을 기약하는 과정’이 한류 콘텐츠에도 적용 중인 건 아닐까? 그들이 언젠가 한류가 아닌 ‘세련된 중화’를 소비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때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도광양회(韜光養晦) – 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기다린다. – 를 넘어 유소작위(有所作爲) – 필요한 역할은 한다. – 의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을 것인가. 지금도 한류로 돈을 버는 건 사실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어쩌면 지금이 한류, 아니 ‘세련됨’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최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좀 섬뜩하다.

[박대웅 대표 – 윌인터네셔널]

왜 패션으로 창업을 했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며 보여준 아래의 슬라이드가 꽤 오래 기억에 남았다. 기술 발전과 다르게 ‘안목’은 한 번에 크는 것이 아니고 격차 추정이 어려운 분야가 바로 패션이라는 것. 굳이 패션 창업에 관심이 없더라도 아래 기술 격차의 감소는 여러모로 고민해 볼 주제다.

 

또, 중국 시장 트렌드 파악에 대한 팁도 알려주었는데 위챗의 모멘트(위챗 메신저에 포함된 카카오 스토리 같은 기능)를 통해 중국 친구들이 (판매하려고) 올리는 제품을 보면 그 시기의 트렌드가 보인다고. 아, 박대웅 대표는 위챗 친구가 500~600명 정도 된다고 하니 가능한 일이다. 위챗을 이제 깔았거나 한국 친구만 있다면 텅 빈 모멘트 타임라인만 보인다 : p

 

[박순우 상무 – LB인베스트먼트]

중국과 한국의 투자 현황에 대한 비교 숫자가 흥미로웠다. VC개수가 중국은 8,000개 한국은 300개라고 해서 처음에 놀랐는데 인구수 대비 VC개수를 단순 비교해보면 0.0006%로 비슷하게 나온다. 2015년 벤처 투자금 규모는 미국(80조), 중국(53조), 한국(2조), 일본(1조 내외)라고 한다.

 

중국 시장은 PER가 높아 IPO를 선호했으나 최근 중국 정부의 IPO 승인 속도가 느려지고 있어 M&A나 해외 상장으로 눈을 놀리는 중이라고 한다. 투자할 때 BAT가 인수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느냐도 심사를 할 때 중요한 기준이라고.

[장흥선 팀장 –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

건당 평균 투자 금액과 평균 지분율, 1대 주주 비율이 눈길을 끈다.


아쉬웠던 점

어찌 보면 ‘중국의 한국인 2016’ 컨퍼런스에 온 청중들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살에 와 닿는 조언과 경험담을 들려줄 수 있었던 마지막 ‘중국에서 스타트업하기 – 한국인으로서 중국에서 겪은 창업/투자/엣싯 진출담’ 세션. 하지만 가장 실망스러웠던 시간이기도 하다.

머니락커 강민구 대표 이야기는 그래도 많이 도움이 됐다. 질문 도구였던 심플로우의 반응만 봐도 누가 청중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확실히 처음부터 깊게 직접 해본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껍데기가 없다.

 

현재 운영 중인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내부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기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남는 게 없었던 시간이었다. 많은 부분이 회사 홍보와 자기소개인 것처럼 느껴졌는데, 기대가 커서 그랬을 수도 있다. 생생한 경험담이 있다면, 오후이고 졸려도 빨리빨리 하지 않아도 된다. 모두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이 자리에 7시간 동안 앉아 있는 것이니 말이다. 다음에는 더 솔직하고 본래 주제에 맞는 이야기와 세션 구성을 통해 한 사람도 자리를 뜨지 않는 열기로 커넥트 룸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맺으며

세션 내내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페이스북 친구인(실제로는 – 멀리서 – 처음 뵌) 이가은 님이었다. 깔끔한 진행과 센스 있는 경품 코멘트로 분위기를 환기시켜 주어 컨퍼런스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처음 열리는 컨퍼런스였음에도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컨퍼런스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점이 없었다. 오히려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컨퍼런스보다 커넥트홀이 더 꽉 찬 것 같아 놀랐다. 중국에 대한 관심의 반증 일 수도 있고, 알찬 세션 구성 덕택 일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참 고마운 행사가 정기적으로 열릴 것 같아 기쁘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