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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와 연동되는 일을 해라 일하지 않아도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평생 무상 공급을 받는 것이 시간이다. 모든 인간은 자정을 기점으로 동일하게 24시간을 부여받는다. 마음대로 쓸 수 있지만 이월되지 않는다. 어제 나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소비했는지 기억하는가. 대부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인간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거나 쉽게 획득한 기회는 가볍게 치부한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은 비유가 아니다. 시간은 실제 돈인 것이다. 24시간을 24만 원으로 생각해보자. 한 시간에 1만 원씩 쓰는 것이다. 쓰지 않은 돈은 사라진다. 당신은 이 돈을 어디에 쓰겠는가. 미래는 시간을 무엇과 교환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시간과 돈을 1:1로 교환하면 더 나은 삶을 살 확률이 떨어진다. 평생 같은 시간을 투입해야 현재와 같은 생활을 유지할 수 있기 .. 2020. 2. 13.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 2012년에 출간된 나영석 PD의 책을 다시 꺼내어 읽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선택이 더 나을지 걱정과 고민으로 하루가 지나는 요즘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는 그의 말이 의도치 않은 위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대학 시절부터 KBS 입사 후 '1박 2일'의 모태가 된 '준비됐어요'를 촬영 당시 에피소드와 아이슬란드 여행기가 교차 편집되어 있다. 8년 전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다시 보니 삶과 여행이 이토록 닮은 모습이었나 싶다. 굴곡진 인생이라 하지 않던가. 그래서 사람들이 내가 모르는 어떤 나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가 보다. 누구나 놓고 싶지 않아 간절히 움켜진 현실이 있으므로. 일주일 치 눈, 비로 예고된 일기예보처럼 인생의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숙련된 전문가와 고도의 시스템.. 2020. 2. 9.
걷는 사람, 하정우 파란 하늘에 때 묻은 운동화, 무심한 그의 시선이 너무 멋지다. 책 표지만으로도 밖으로 나가고 싶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시상식 공약으로 우연히 시작된 걷기가 그의 삶에 필수 요소가 되었다. 뭐든지 해봐야 안다. 좋아하는 일을 찾고 사랑하는 장소를 발견하는 일은 특별하진 않지만 끊임없는 기쁨과 마음의 안식처를 제공한다. 그의 글을 읽고 하와이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다. 그리고 나만의 하와이도 발견하고 싶어 졌다. 장소는 공간을 구성하고 기억은 그곳에 머문다. 행복은 그런 것이다. 인간 삶의 근간을 구성하는 먹고, 자고, 싸고, 숨 쉬고, 몸을 움직이는 행위는 바쁜 삶 속에서 모두 부차적인 것이 된다. 원래 있어야 하고, 늘 그래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짜증을 내게 되는 그런 것 말이다. 책을.. 2020. 2. 7.
슬럼프에 빠져 있던 날들 유난히 쌀쌀한 아침이다. 마스크 틈새로 스멀스멀 오르는 입김이 안경알을 뿌옇게 한다. 밖으로 나오니 따뜻해진 햇볕을 못살게 굴기라도 하는 듯 바람이 차고 세다. 청바지 안으로 관절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진다. 몸은 정직하다. 요즘은 슬럼프가 무엇인지 처음으로 체감하는 중이다. 의욕은 어렵게 생기고 빠르게 사라진다. 불안과 초조함은 3분 짜리 가십에 자꾸 나를 던져 넣는다. 원래는 긴 활주로였고 잘 달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바탕 모래바람과 폭풍우가 일었고 출발과 끝, 과정이 모두 엉망이 된 느낌이다. 삶은 작은 점 하나를 찍는 과정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런 1차원 평면의 삶이 느닷없이 3차원으로 바뀐 것 같다. 지금까지 1차원을 점을 찍으며 2차원의 삶을 살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 2020. 2. 4.
나는 나의 무엇을 팔 수 있을까 "아빠 오늘 회사 안 가?" 어쩌다 쉬는 날이면 아이들도 금세 뒤틀린 일상을 눈치 챈다. 평범함이 깨졌다는 생각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돌아갈 곳이 있으며 출근하고 퇴근하는 하루의 반복이 주는 평화로움이 새삼 느껴지는 순간이다. 문득 회사를 뺀 나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본다. '베이스캠프 없이 산을 오를 수 있을까', '나는 나의 무엇을 팔 수 있을까'. 질문과 답이 뒤엉켜 풀 수 없게 된 생각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창 너머 거리를 본다. 분주하고 여유로운 사람들은 각자 길을 가고 있다. 껌뻑이는 점멸 신호는 역할을 하는 둥 마는 둥 늘 그 자리다. 회사는 상당히 괜찮은 갑옷이다.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해주고, 좋은 무기로 최대 효율을 끌어내도록 돕는다. 사회적 정체성을 형성하기도 하며 무형의 신용을 만.. 2020.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