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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레이스는 길다

by rhodia 2020. 2. 9.

2012년에 출간된 나영석 PD의 책을 다시 꺼내어 읽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선택이 더 나을지 걱정과 고민으로 하루가 지나는 요즘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는 그의 말이 의도치 않은 위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대학 시절부터 KBS 입사 후 '1박 2일'의 모태가 된 '준비됐어요'를 촬영 당시 에피소드와 아이슬란드 여행기가 교차 편집되어 있다. 8년 전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다시 보니 삶과 여행이 이토록 닮은 모습이었나 싶다. 굴곡진 인생이라 하지 않던가. 그래서 사람들이 내가 모르는 어떤 나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가 보다. 누구나 놓고 싶지 않아 간절히 움켜진 현실이 있으므로.

 

일주일 치 눈, 비로 예고된 일기예보처럼 인생의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숙련된 전문가와 고도의 시스템으로 예측한 미래 아니던가. 그것을 거부하고 나들이 계획을 세울 바보가 얼마나 될까. 그러나 달리 방법도 없다. 변수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두 가지 선택이 남는다. 그만둘 것이냐, 그럼에도 계속할 것이냐.

 

그의 아이슬란드 여행도 그랬다. 들뜬 마음과 달리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은 복잡했고 암울한 날씨와 예상치 못한 사건은 오로라를 보겠다는 그 단순한 바램과 목적도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러나 그 과정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우연한 도움과 위로를 받는다. 목적이 있어 달렸고 실패는 계속됐지만 과정은 늘 기회의 여지를 만들어 낸다. 

 

인생은 어쩌면 인간의 삶을 주관하는 누군가가 기획한 거대한 복불복 판 위의 게임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벌칙도 규칙도 내가 정할 수 없고, 성공과 실패도 정해져 있지 않은 그런 게임 말이다. 그런 상황을 즐길 수 있으려면 조금이라도 내 마음이 원하는 곳에 있어야 한다. 결과에 승복하려면 내 선택에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나쁜 결과를 귀결될지라도 말이다. 이 결정의 기준이 원칙이다. 기쁨과 슬픔은 표면적으로 결과에서 기안하지만 사실 선택과 과정에서 비롯된다. 

 

그의 코멘트와 이우정 작가의 대답을 덧붙여본다. 이 책 거의 대부분이 이 문장에 담겨 있다.

 

나영석 PD

"결론을 먼저 예측하지 말 것"
"결론을 정하고 이야기를 끼워 맞추지 말 것"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그 안에 묵직한 직구를 던져 넣고 나머지는 기다리는 것"

이우정 작가

"우리가 언제부터 성공, 실패 다져가며 일했어. 재미있을 거 같고 꽂히면 하는 거지. <1박> 시작할 때는 성공할 줄 알았나 뭐. 그냥 우리끼리 즐거워서 한 거잖아. 이번 것도 똑같아. 나도 드라마는 처음 써보는 건데 의외로 재밌더라고 이게. 망하면 망하는 거지 뭐."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

아니 어쩌면 삶은 레이스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레이스는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고 그것을 달성하는 시합이니까.

 

나영석 피디의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
국내도서
저자 : 나영석
출판 : 문학동네 2018.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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