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에 때 묻은 운동화, 무심한 그의 시선이 너무 멋지다. 책 표지만으로도 밖으로 나가고 싶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시상식 공약으로 우연히 시작된 걷기가 그의 삶에 필수 요소가 되었다. 뭐든지 해봐야 안다. 좋아하는 일을 찾고 사랑하는 장소를 발견하는 일은 특별하진 않지만 끊임없는 기쁨과 마음의 안식처를 제공한다. 그의 글을 읽고 하와이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다. 그리고 나만의 하와이도 발견하고 싶어 졌다. 장소는 공간을 구성하고 기억은 그곳에 머문다. 행복은 그런 것이다.
인간 삶의 근간을 구성하는 먹고, 자고, 싸고, 숨 쉬고, 몸을 움직이는 행위는 바쁜 삶 속에서 모두 부차적인 것이 된다. 원래 있어야 하고, 늘 그래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짜증을 내게 되는 그런 것 말이다. 책을 덮고 나면 그런 부차적인 것들이 삶의 전면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마음은 논리가 아니라 차근차근 몸을 움직일 때 반응한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걷기는 지루하고 힘들다. 대체할 수단 역시 많고 값싸다. 그러나 걷기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면 걸음 하나에도 의미가 생긴다. 그러면 하루하루가 선물이다. 가장 작고 기본적인 것,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눈에 밟힌다. 수단으로서의 삶을 살았던 것이 아닌가 반성해본다.
P.S. 영화 <허삼관>은 시간을 내 꼭 보고 싶다. 이 영화는 책 전체에서 걷기와 함께 큰 줄기를 구성하는데 그의 마음은 자주 거기에 머문다. 잘하고 싶은 마음과 노력, 그러나 기대와 다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 속에서 <허삼관>에 대한 애정은 이 책의 곳곳에서 불쑥 튀어나온다. 최선을 다해 사랑하면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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