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한 일주일이 쌓여 한 달이 되듯이 크고 작은 선택이 모여 하루가 된다. 모순에서 자유로운 선택은 없다. 그래서 선택은 늘 고민스럽고 끝없이 서성이게 만든다. 콜라를 마실 것인가 사이다를 마실 것인가. 결국엔 오렌지주스를 집어 든다. 지난 수십 년간 내가 걸어온 삶은 무한이 반복되어온 작은 선택이 만들어 낸 피조물이다. "나는 어떤 인간인가"에 대한 답을 얻고 싶다면 선택의 순간을 지나는 스스로를 돌아보면 된다. 망설이는지 감내하는지 후회하는지. 나는 어떤 인간일까.
이 책은 한국인 아내와 이태원에서 살고 있는 콜롬비아 출신 안드레스 솔라노다. 그의 언어로 쓰고 그의 아내가 번역을 했다. 마치 작가와 감독이 영화를 만들 듯 쓰였다. 그의 이야기가 없었다면 이 책은 없었을 것이다. 그녀의 번역과 디렉팅이 없었다면 나는 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심리학 책 같기도 하고 경제학 책 같기도 하다. 일기를 훔쳐보는 것 같지만 꼭 남의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비단 한국뿐은 아닐 것이다. 문화는 수천년의 역사를 걸쳐 지역을 휩쓸고 다닌다. 삶의 방식이 다른 이들의 하루가 그의 삶을 지났고 그는 솔직한 감정을 가감 없이 썼다. 차마 밖으로 말하지 못했던 생각과 무뎌진 감정이 저녁 시간 거실 티브이 속 키스신 마냥 불편하게 살아난다. 포장하기도 벗겨내기도 하는 순간은 불가항력과 자유로움을 빌어 날카로운 삶의 모서리를 긁어낸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서로를 수없이 상처 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순간을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기록했다.
충동적 선택이 반복되면 삶은 녹아버릴 것이다. 나는 어떤 인간인가 끊임없이 사유하며 모순의 반대편을 덜어내고 감내하는 것. 적어도 내가 살고 싶은 삶은 그런 종류의 것이다. 아픔을 받아들이고 선택의 기쁨을 누리며 오늘보다 더 단정하고 나은 내일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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