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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81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오랜만에 두 번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겼다. 이 좋은 배우들 데려다 이것밖에 못 찍었냐는 댓글이 영 마음에 걸려 차일피일 미루었지만 결국 볼 수밖에 없었다. 배우들의 선택이 댓글의 힘보다 세었기 때문이다. 화려한 액션이나 짜릿한 반전이 녹아든 스릴러물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오락물을 기대했다면 다른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시간을 아끼는 길이다. 다만 근래에 이렇게 강렬한 힘이 있는 영화가 있었나 싶다. 영화 속 인물들의 욕망은 부끄러움과 수줍음, 노골적 협박과 평범함에 묻어 슬그머니 밖으로 드러난다. 5만원 권 다발이 수북이 들어있는 주인 없는 돈가방이 내 손에 들어온다면, 그리고 적어도 아직까지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다음의 마음은 어디로 움직일까. 살인이 과자 먹듯 눈 앞에.. 2020. 8. 20.
변동성이 만드는 미래 두 명의 고등학생이 눈을 부릅뜨고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달그락거리는 의자 소리가 둘 사이의 불편한 공기를 비집고 든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기싸움은 한 명의 주먹질과 함께 교실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정신없이 휘둘러대는 주먹과 발길질은 말릴 틈을 주지 않는다. 씩씩거리는 소리와 욕설이 난무한다. 한 명이 쓰러져야 끝나는 싸움인 것이다. 교실 벽에 붙은 오래된 스피커에서 촌스러운 수업 종소리가 울린다. 주변 구경꾼들이 하나 둘 자리로 돌아가고 흥분의 잔여물이 남은 현장을 방치한 채 당사자들은 후일을 기약하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우리는 감정적으로 시작해 극적으로 치달았던 싸움이 끝나게 된 지점이 가끔 말도 안 되게 사소하거나 엉뚱한 것이었음을 발견한다. 서로가 이겨야 하는 상대는 분명했지만 싸움의 종료.. 2020. 2. 20.
성과와 연동되는 일을 해라 일하지 않아도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평생 무상 공급을 받는 것이 시간이다. 모든 인간은 자정을 기점으로 동일하게 24시간을 부여받는다. 마음대로 쓸 수 있지만 이월되지 않는다. 어제 나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소비했는지 기억하는가. 대부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인간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거나 쉽게 획득한 기회는 가볍게 치부한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은 비유가 아니다. 시간은 실제 돈인 것이다. 24시간을 24만 원으로 생각해보자. 한 시간에 1만 원씩 쓰는 것이다. 쓰지 않은 돈은 사라진다. 당신은 이 돈을 어디에 쓰겠는가. 미래는 시간을 무엇과 교환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시간과 돈을 1:1로 교환하면 더 나은 삶을 살 확률이 떨어진다. 평생 같은 시간을 투입해야 현재와 같은 생활을 유지할 수 있기 .. 2020. 2. 13.
꿈을 만드는 사람들 "Parasite" won the Oscar for best picture. The South Korean thriller is the first foreign-language film to do so, shattering 92 years of history." - NYTIMES 오늘 봉준호 감독이 영화 으로 오스카 4관왕에 올랐다. 결과는 단 몇 초 만에 나왔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쏟어 넣은 시간은 일일이 계산하기 어려울 것이다. 빈 종이에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펜을 들었을 그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가 을 만들기 전까지 세상에는 그것과 관련된 아무것도 없었다. 비전 하나로 불확실한 미래에 스스로의 확신으로 몸을 움직였고 그게 지금의 영광을 있게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각본을 쓰는 건 고독하고 외로운 작.. 2020. 2. 10.
브롤스타즈로 배우는 투자 원칙 브롤스타즈라는 모바일 게임이 있습니다. 여러 명의 캐릭터 중 한 명을 선택해 온라인으로 다른 사람과 대결을 펼치는 게임입니다. 여러 게임 모드가 있지만 여기서는 솔로 쇼다운 게임 모드를 빌어 이야기를 풀어 보겠습니다. 솔로 쇼다운은 온라인에서 접속한 10명이 각자가 선택한 캐릭터를 가지고 싸워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이 목표입니다. 게임의 성적에 따라 트로피를 얻거나 뺏깁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면 가장 많은 트로피를 얻고, 가장 먼저 죽으면 마이너스 트로피가 됩니다. 캐릭터마다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타고난 체력이 다르고, 가진 무기가 다릅니다. 어떤 캐릭터는 체력이 높지만 근거리 공격만 가능하고, 다른 캐릭터는 체력이 약한 대신 공격이 강하거나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 2020. 1. 22.
트럼프 시대의 주식 투자법 2017년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라는 구호와 함께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지 3년이 지났습니다. 그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2018년 미국-이란 핵합의 탈퇴 선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나프타)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으로 대체, 2019년 파리 기후 협약과 중장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 201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방위비 인상, 중동 미군 감축과 미-중 무역전쟁 등 3년 사이 일어난 일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 과정에서 세계 증시는 큰 변동성을 겪었습니다. 2019년 8월 코스피 지수는 1,940까지 떨어지며 3년 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습니다.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들은 무덤덤했겠지만 보유 중인 사람들은 두 자릿수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며.. 2020. 1. 21.
내게 맞는 글쓰기 플랫폼 선택하기 여러 글쓰기 서비스를 옮겨 다니며 글을 쓰고 있다. 기고 매체가 아니라 플랫폼 이야기다. 종이 노트부터 시작해서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구글 블로그, 미디엄, 깃허브(+지킬 jekyll), 브런치, 페이스북, 트위터 등 십여 가지쯤 되는 것 같다. 어디에 쓰든 좋은 글을 쓰면 그만인데 주변 잡기에 신경이 더 쓰이는 건 하수임을 증명하는 듯 해 부끄러운 감정이 앞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같은 고민을 주변 여럿이 하고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글쓰기 플랫폼이라는 것이 글이 쌓이면 마치 세간살이가 느는 듯하여 한번 옮기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에 그런 고민이 여전히 이해가 된다. 많은 글쓰기 플랫폼 중 나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는 방법이 여럿 있겠지만 우선 추천하고 싶은 .. 2020. 1. 13.
어떻게 내 삶에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글을 쓰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모든 것이 백지에서 시작해 첫 글자를 쓰는 순간 어떤 기준점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하루 10명 미만의 방문자와 50%가 넘는 이탈률을 가진 블로그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먹을 수도, 돈도 되지 않는 글을 쓰고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지워지지 않는 발자국이 된다는 사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차라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안도에 더 기대도록 만든다. 언제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안정감 역시 생각보다 편안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비단 글쓰기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자기의 생각으로 내고 사람들의 평가를 기다리는 일은 늘 두렵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오지 않을 수도 있는 손님을 위해 고등어를 굽거나, 국수를 삶는 일. 팔리지 않을지도 모를 상품을 쌓아두고 .. 2020. 1. 13.
메시지의 힘 네이버 데뷰(Deview) 2019 행사에서 규제를 허물고 AI(인공지능) 정부가 되겠다는 대통령의 비전 제시가 있던 날,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다가 검찰에 기소됐다. 어떤 사람들은 한 입으로 두 말한다고 느꼈을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그건 별개의 문제이며 불법 서비스는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일까. 그냥 서로 어깃장을 놓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의 문제들은 대게 이런 식으로 복합적 이해 상충 구간이 존재한다. 따라서 어느 한쪽이 절대 선일 수 없고, 반대로 다른 쪽이 절대 악일 수 없다. 어제 있었던 검찰의 기소는 말 그대로 검찰이 타다를 불법으로 판단했다는 것이고 그에 따라 기소를 진행한 것뿐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2019. 10. 29.
돈의 가격 환율은 우리가 여행 갈 때나 들여다 보는 지표입니다. 그래서 일상에서는 대부분 잊고 지냅니다. 하지만 경제에 관심이 많고 돈을 불려 가고 싶은 독자분들이라면 환율에 둔감하면 안 됩니다. 환율은 겉으로는 나라 별 화폐 교환 비율이지만 많은 재료가 비벼져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경제를 측정하는 수 천 가지의 지표들이 있지만 단 하나의 지표만 볼 수 있다면 저는 환율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이제 뉴스에 환율에 관한 소식이 나오면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수많은 전문가들이 고슴도치가 되어 미래를 전망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환율이 좋은 바로미터가 되어 줄 것입니다. 우리는 그나마 한국은행의 금리 발표는 눈여겨 봅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금리는 기준이 되어 우리가 내는 대출이나 예금 금.. 2019. 10. 27.
어떤 이유 삶은 늘 노이즈로 가득 차 있다. 때때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려는 노력은 이런 노이즈에 부딪치며 파열음을 낸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일까. 사람의 삶은 하루에도 수 억 가지의 군상으로 나타나며 모두 제각각이다. 분쟁은 상황과 신분에 따라 가중 처벌되었다가 작량 감경되기도 한다. 법은 그저 시대의 문제를 누적시켜 과대 적합되지 않도록 일반화한 마지노선이기 때문에 우리 삶의 이동 평균선에서 일정 부분 거리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원칙을 만든다. 많은 폭력 사건에는 각자의 이유와 변명이 있다. 서로의 입장이 되어 보면 이해 못할 것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진실은 희미해지고 껍데기만 남는다. 폭력 사건에서 변하지 않는 원칙은 자기 결정권이다. 수단으로써의 인간이 아닌 목적으로서 인간을 대하는 것. 원.. 2019. 10. 26.
코스닥에 재상장하는 캐리소프트, PER가 23.5배라고? 캐리소프트가 지난 8월 코스닥 상장 철회 이후 재상장을 시도합니다. 공모가는 주당 9,000원으로 밴드 상단 금액이 채택되었습니다. PER(주가수익률)가 23.5배로 추정되었는데 이 숫자는 JYP 엔터테인먼트(25.8배)나 SBS 콘텐츠허브(24.0배), 대원미디어(26.1배)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투자수익률이 4%를 좀 넘는데 개인적으로 상당히 고평가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매출과 이익 최근 2년 당기순이익이 연속 마이너스이며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간단히 투자설명서에 매출과 이익을 보겠습니다. 대충 보더라도 2017년, 2018년 당기순이익이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잘 눈에 들어오지 않으니 그래프로 그려보겠습니다. 2016년 급성장 이후 2017년부터 이익이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은 .. 2019. 10. 17.
인공지능 로봇 손이 사람처럼 루빅큐브를 맞출 수 있다면 약 1년 전 쯤 미국 MIT 생체모방로봇연구소에서 루빅큐브를 0.38초만에 맞추는 영상을 공개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 로봇은 큐브가 고정된 상태에서 각 면을 회전시키는 방식으로 6개의 모터와 로봇팔, 2대의 카메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https://youtu.be/BM1SE5EjaEY 이번에 OpenAI가 공개한 루빅 큐브를 맞추는 로봇은 이전 방식과 많이 다릅니다. 사람의 손 모양과 손가락의 움직임을 인공지능으로 계산해 큐브를 맞추는 시도를 한 것입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태어나 여러 물건들을 경험하고 배우면서 큐브까지 맞춰내는 놀라운 과정을 이 로봇이 재현하는 듯 합니다. https://youtu.be/x4O8pojMF0w 로봇 팔로 큐브를 맞추는 연구는 좀 쓸모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 2019. 10. 17.
조커(Joker), 어떻게 망상은 믿음이 되는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조커는 끊임없이 웃는다. 이 기괴한 웃음과 영상의 높은 색온도는 시작부터 관객의 기분을 께름칙하게 만든다. 라디오를 통해 연일 보도되는 뉴스는 전반적 일상이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주입시킨다. 쓰레기 더미 문제와 거기서 자라나는 쥐, 그리고 슈퍼 쥐의 등장까지. 도시 전체에 걸친 상황은 심각했지만 한 편의 사람들에겐 그렇지 않게 느껴진다. 하루의 삶이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여전히 각자의 일을 하며 반복되는 일상을 보낸다. 어떤 강박과 어떤 불행과 어떤 울분이 반대급부의 기쁨과 뒤섞인 채 하루하루가 누적된다. 최악의 상황을 말끔히 바꿔 보겠다는 사람과 그를 무조건적으로 추종하는 누군가가 있다. 그리고 그와의 관계에 따라 조커의 마음속엔 망상과.. 2019. 10. 16.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사진을 찍는 구글 스마트폰, 픽셀4 지금까지, 스마트폰 사진뿐만 아니라 비싼 DSLR 카메로도, 불가능했던 사진 찍기가 구글이 이번에 세로 출시 픽셀 4에서는 가능해지게 되었습니다. 이 기술은 물론 계속 개발되고 발전하는 기술인 만큼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 더 놀랍습니다. 이런 기술의 근간에는 인공지능이 있으며 구글은 이 기술을 computational photography 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어로는 어떻게 번역해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아래는 NYT 기사에 등장한 샘플 사진입니다. 크게 3가지 기능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비디오에도 이 기술을 적용해 대화 시 말을 하려는 사람의 예측해 그 사람을 자동으로 포커싱하는 등의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천문 사진 찍기 강력해진 인물 모드 화질 손상이 없는 디지털 줌 요즘 어린이들과.. 2019. 10.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