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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민희진 대표 인터뷰를 읽고

by rhodia 2023. 1. 23.

요즘 뉴진스를 보면서 너무 잘한다는 생각을 한다. 많은 무대가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듯 매 번 다르며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은 세심하다. 토끼 마스코트부터 잘 브랜딩된 팀까지 어쩜 이럴 수 있을까 자주 감탄한다. 오늘 설날 명절을 영어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맴버 다니엘의 사과가 있었다. 어떻게 마음을 표현하고 전달할 것인지, 그것이 사과의 형식을 빌릴 때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교과서처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런 뉴진스 뒤에 정말 수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 곡부터 안무, 기획과 브랜딩, 커뮤니케이션 전략 등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했을지 생각하면 놀랍고 존경스럽다. 최근 발매한 ditto에 대해 민희진 대표는 전 앨범을 사랑해주신 팬분들에게 전하는 선물이라는 말을 했다. 마치 싸이가 강남스타일 이후에 Gentleman을 발표했듯이. 그래서 그런지 ditto 무대를 보고 나면 attention 안무가 추억처럼 스민다.

 

ditto의 한 장면
Attention의 한 장면

여러 사람이 팀을 이뤄 작업을 한다는 것은 스케일-업 관점에서는 강점일지 몰라도 손발을 맞추기가 정말 어렵다. 또 큰 방향성과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면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11명이 뛰는 팀과 같을 것이다. 뉴진스팀은 달랐다. K-Pop이 일종의 허상처럼 느껴졌는데 정말 철저하고 세심하게 기획된 비즈니스라는 생각이 든다. 엔터테인먼트같은 문화 산업은 사람의 생각이 정말 중요하다. 반도체가 규모의 경제와 초격차를 통채 경쟁자를 압도하는 경쟁 우위를 가져간다면, K-Pop은 우리의 생각이 그런 경쟁력을 만든다. 이건 쉽게 훔칠수도 없다. 문화 산업을 Fast-follow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따라가는 전략은 모조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씨네21>에서 어도어 민희진 대표 인터뷰를 했다. 긴 글임에도 단숨에 읽게 되었는데 이런 흡입력을 가진 인터뷰를 최근 본적이 없다. 대기업 총수부터 스타트업 대표까지 이런 철학과 비전을 가진 사람을 보는 경우는 손에 꼽는다. 얼마나 스스로 생각을 담금질하며 날카롭게 만들었는지 뉴진스의 무대를 볼 때 만큼이나 설레고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민희진 대표 인터뷰를 내 시각에서 정리해보면 -

 

1. 가고자 하는 방향이 명확하다.

2. 근거가 있고 설득할 수 있다.

3. 비전에 동의하는 최적의 사람을 찾아낸다.

   (고쳐쓰지 않고 처음부터 원하는 사람을 고르는데 더 집중한다.)

4. 사람마다 다른 매니징과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쓴다.

5. 모든 파편들이 자신이 제시한 비전과 잘 맞는지(Align) 본다.

 

이번 인터뷰에서 인상깊은 문장을 단 하나만 고르라면 이것이다.

 

"뉴진스의 음반은 매번 다른 방식으로 동일한 맥락을 외칠 것이다"

 

이런 민희진 대표의 뱡향성이 뉴진스 전반에 너무 잘 녹아있다. 하니가 안무 연습을 할 때 들었던 "하나처럼 보여야 하는데 동작은 맞추면 안된대요"와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내용이 일관되다고 형식까지 같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진짜 우리나라 K-Pop이 이정도 수준이구나 몸서리처지게 자랑스러웠고 스스로를 반성하게 하는 계기도 되었다. 제 2의 반도체는 AI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를 필두로 한 문화 산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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