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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넷플릭스 <지옥>, 죽음의 순간을 미리 알게 된다면

by rhodia 2021. 11. 28.

* 이 글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은 생전의 죄로 인해 신의 의도를 고지받은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과 새진리회,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다. ‘고지’는 허공에 악마의 얼굴이 나타나 당신이 언제 죽을 것인지 알려주는 것인데 실제 그 시간이 되면 괴물이 나타나 무자비하게 폭행 후 시커멓게 탄 무기물로 만들어 버린다. 그 와중에 새진리회라는 신흥 종교 집단은 얼마나 오랫동안 자신이 이런 일에 대해 알리려 했는지, 지옥행을 고지받은 사람들이 왜 그런 고지를 받았으며 신의 의도는 무엇인지 말하며 대중의 관심의 중심에 선다. 실제 고지된 시간에 사람들이 죽어나가자 사람들은 그 원인을 찾기 시작한다. 왜 그 사람이 지옥행을 선고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지난 과거를 되짚어 이유를 찾아내고야 만다. 

논리적 추론에는 연역과 귀납의 방법이 있다. 새진리회를 처음 만든 정진수 의장은 이런 괴이한 현상을 보고 연역적 접근을 한다. 신의 의도라는 일반적 원리를 두고 사회에 나타나는 개별적 현상을 해석하는 것이다. 처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정진수 의장의 일반적 원리를 헛소리로 치부하지만 눈 앞에서 펼치진 광경 앞에 할말을 잃는다. 이런 ‘고지’가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일어나자 사람들은 귀납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하고 구체적 사례가 일반화에 부합하지 않으면 그럴리 없다고 확신하며 인생 전체를 되짚어 간다. 새진리회가 힘을 얻기 시작하며 동시에 그들의 딜레마가 시작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지옥>은 이 단순하고도 지극히 일반적인 누구나 알고 있는, 그리고 단 한번도 틀린적 없는 “모든 인간은 죽는다”라는 전제에 기반한다. 단지 죽음의 순간을 미리 알게 되고, 그 과정이 폭력적이며, 지옥행을 고지받는 순간이 우리가 상상속에서 떠올렸던 무서운 악마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제목을 <천국>으로 바꾸고, 고지를 받는 순간에 온화한 미소를 가진 천사가 나타나 금빛 가루를 뿌리며 사라진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드라마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애초에 고지를 받는 순간이나 시연(죽음이 예정된 일시에 괴물이 나타나 당사자를 지옥으로 데려가는 행위)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비이성적 믿음이 이 정도까지의 힘을 갖긴 어려웠을 것이다.

타인의 시선은 이 드라마의 핵심적 구성요소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인간이 죽는 순간을 미리 알게 된다면”이라는 가정이었다. 삶의 진리를 그대로 두고 단 하나의 명제를 비틀었을 뿐인데 모든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지옥>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이지만 여행자의 눈으로 본 우리 삶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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