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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게 맞는 글쓰기 플랫폼 선택하기

by rhodia 2020. 1. 13.

여러 글쓰기 서비스를 옮겨 다니며 글을 쓰고 있다. 기고 매체가 아니라 플랫폼 이야기다. 종이 노트부터 시작해서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구글 블로그, 미디엄, 깃허브(+지킬 jekyll), 브런치, 페이스북, 트위터 등 십여 가지쯤 되는 것 같다. 어디에 쓰든 좋은 글을 쓰면 그만인데 주변 잡기에 신경이 더 쓰이는 건 하수임을 증명하는 듯 해 부끄러운 감정이 앞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같은 고민을 주변 여럿이 하고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글쓰기 플랫폼이라는 것이 글이 쌓이면 마치 세간살이가 느는 듯하여 한번 옮기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에 그런 고민이 여전히 이해가 된다. 많은 글쓰기 플랫폼 중 나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는 방법이 여럿 있겠지만 우선 추천하고 싶은 것은 '이상형 월드컵'처럼 나눠보는 것이다.

 

여기에 작성된 의견은 특별할 것 없는 개인의 의견이란 점을 미리 밝힌다. 일주일에 걸쳐 수 백개 글을 다른 플랫폼으로 하나하나 옮겨본 적 있는 사람의 경험담 정도로 생각해주면 적절할 것 같다.

 

먼저 쓰고 싶은 목적을 생각해야 한다. 글을 써서 사람들을 유입시키고 다른 목적을 달성하고 싶은지, 글에 달린 광고로 돈을 벌어보고 싶은지 아니면, 그냥 온라인에 글을 적어보고 싶은지.

 

글을 써서 사람들을 유입시키고 다른 목적을 달성하고 싶다면 네이버 블로그가 적당하다. 네이버 블로그는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 검색 유입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쇼핑몰에서 뭘 팔아보고 싶어 글을 쓴다던지, 업체를 홍보하고 싶다면 가장 높은 성능을 보여준다. 자체적으로 애드포스트라는 광고를 블로그에 달 수 있지만 의미 있는 수익을 기대하기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편이다. 네이버 블로그는 서로 친구 맺어주고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글을 써도 괜찮은 조회수를 원하는 경우 추천하고 싶다. 사람들의 유입을 돈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은 굳이 다른 선택지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아이디가 블로그 주소가 되기 때문에 내 아이디를 아는 다른 사람이 'https://blog.naver.com/아이디' 와 같이 접속해보면 내 블로그가 나온다. 이게 싫다면 새로운 네이버 아이디를 하나 더 만들어 개설하면 된다.

 

티스토리는 블로그 광고로 몇 백원부터 시작해 수익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글을 써보고 싶은 경우 추천하고 싶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티스토리 에디터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글쓰기 욕구가 사라질 정도로 최악이었지만 지금(2020년 1월 현재) 완전히 바뀌었다. 깔끔한 브런치 에디터를 이제는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HTML/CSS를 아는 사람은 원하는 모양으로 블로그를 바꿀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네이버의 트래픽이 사실 상 없다고 보면 되기 때문에 열심히 쓴 글이 초반에는 조회 수가 한자리를 넘어가는 것이 어려울 수 있는 것은 단점이다.

 

구글 블로그는 오래전부터 써오던 사람이 아니면 굳이 지금 시작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

 

미디엄은 브런치가 등장하기 전 사랑했던 플랫폼이자 온라인 에디터였는데 한글 글꼴이 아름답지 않았고 글을 묶음으로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140자 넘게 쓸 수 있는 트위터 같았고 내 글이 고이지 않고 흐른다는 느낌이 싫어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옮기게 되었다.

 

페이스북 역시 글이 묶여 고이지 않고 타임라인에서 흐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을 유입시키고 폭발적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매력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페이스북은 블로그의 글을 아웃링크로 공유하는 역할 정도로 사용하고 있다.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본문 없는 아웃링크 포스팅은 타임라인 노출 감점이 있는 듯 해 본문 일부나 전체를 페이스북 게시 시 추가해주고 있다.)

 

깃허브는 개발자들이 코드를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는 온라인 코드 저장소인데 기본적으로 마크다운(Markdown)을 이용해 정적 페이지를 호스팅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 지속적으로 온라인에 글을 게시하는데 불편이 있다. 추가로 지킬(Jekyll)이라는 서비스를 붙이면 마크다운으로 작성한 글을 호스팅 비용 없이 서비스할 수 있다. 구글 애드센스도 붙일 수 있기 때문에 개발자라면 적극적으로 고려해볼만 하다. 마크다운으로 작성한 다음 git add/commit/push 하면 터미널에서도 글을 포스팅할 수 있다. 이미지를 직접 호스팅 할 수 없고 글쓰기에 온전히 시간을 쓰는 것이 아니라 초기 환경을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단점이다. 개발을 전혀 모르고 흥미가 없는 사람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브런치는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란 캐치프레이즈에 맞게 글쓰기에 방해되는 부산물을 과감히 치우고 여백의 에디터만 남겼다. 브런치에서 부여한 작가라는 타이틀은 여기에 기름을 붓는다. 무엇이든 쓸 수 있을 것 같은 욕망이 올라온다. 많은 블로그의 단점인 구독 시스템 부재도 독자들이 별도의 앱으로 알림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잘만하면 책도 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동안 작성했던 대부분의 글을 브런치로 옮기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브런치를 그만 두기로 했다. 1천 명이 넘는 구독자를 포기하면서. 왜 그랬을까. 나는 브런치의 수익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내 글이 무료로 소비되는 게 싫었다. "너만 잘하면 돼, 기회는 열려있어"라는 희망 역시 바닥을 드러냈다. 브런치는 작가들을 존중했지만 나는 내 글이 하찮게 소비된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남의 시스템을 돌리는 콘텐츠 제공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글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독자는 매일 늘었다. 글이 없는데 구독자가 늘고 있다니. 이런 현상을 보면서 브런치에 대한 미련도 사라졌다. 그리고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워드프레스는 내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만한 플랫폼이다. 워드프레스사에서 운영하는 시스템을 통해 만들 수도 있고, 내가 호스팅사를 정해서 만들 수도 있다. 워드프레스사를 통해 개설하면 광고를 붙일 수 없고 내 도메인도 가질 수 없다. 그렇게 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 호스팅을 해서 직접 워드프레스 사이트를 만들 경우 광고도 붙일 수 있고 내 도메인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호스팅 비용이 들고 IT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으면 대부분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워드프레스, 어디서 시작하면 좋을까>를 참고) 워드프레스는 명성만큼 딱히 흠잡을 곳이 없었지만 호스팅 비용이 적어도 월 5달러 발생하고, 중간중간 워드프레스와 플러그인 업데이트를 신경 써줘야 한다는 점은 별로였다. 

 

그런 상황에서 티스토리 인터페이스가 전면 업데이트되었고 굳이 호스팅 비용을 내면서 워드프레스를 써야할 이유가 없었다. 개선된 티스토리는 브런치의 인터페이스에 워드프레스를 붙여놓은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현재는 티스토리에 모든 글을 쓰고 있다. 네이버의 트래픽이 탐나긴 하지만 나는 내 글이 10원짜리 구글 광고라도 수익을 만들어 내길 바란다.

 

어디에 블로그를 해볼까 고민하는 시간에 더 좋은 글 하나라도 쓰는게 맞다. 하지만 차곡차곡 쌓여가는 글을 한꺼번에 옮겨야 하는 일을 만들지 않는 것도 생각보다 중요하다. 매력적인 글쓰기 환경도 그렇다. 개발자들이 똑같은 알파뱃이 찍히는 키보드를 바꿔대는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창작의 기쁨에는 과정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어떤 특정 서비스가 압도적으로 좋다면 이렇게 많은 글쓰기 플랫폼이 존재할리 없다. 각자의 사정에 맞게 결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도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아무거나 가장 먼저 생각하는 서비스에 10개 정도 글을 써보자. 고민하는 것보다 경험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싸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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