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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릳츠에서 일합니다

by rhodia 2020. 5. 12.

너무 익숙하지만 한번 가본 적도 없는 프릳츠의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커피와 빵을 만드는 회사. 누구나 적당히 만들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치열한 레드오션의 정점을 찍는 듯한 아이템으로 창업한 회사. 그들의 브랜딩과 태도를 보면서 좋은 아이템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김병기 대표는 "빵과 커피를 만드는 기술자들이 자신의 기술로 생계를 해결해나가는 회사를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프릳츠를 창업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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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업의 본질입니다. 프릳츠는 커피와 빵을 먹고 좋은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는 곳입니다. 사람들은 그러기 위해 프릳츠에 갑니다. 

우리도 요리사처럼 좋은 식자재가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철학을 가진 사람을 찾아야 하고요. 힘들지만 좋은 생두를 찾아내, 제값에 사 오고, 좋은 기술로 로스팅해 손님 앞에 한 잔의 커피로 추출해주는 모든 과정이 나의 일이죠.
미각 훈련이 안 된 소비자들에게 커피 맛은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프릳츠에게 중요한 건 남들이 알아주는 것보다 일하는 자신을 속이지 않는 일인 겁니다. 좋은 음식은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 그 결과들이 촘촘히 쌓이고 높아져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일을 하는 사람의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남들과 다른 차별점을 위해 노력한 것은 아니라서요. 처음에는 공정이나 원료에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한 점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차별점은 금세 누군가 따라 하고 나중에는 다 비슷해지거든요. 저는 사람들에게 제가 만든 빵이 대단하다고 말하지 않아요. 정성껏 만들지만, 그래서 누군가 네 빵이 독특하냐고 묻는다면 그런 건 또 없거든요(웃음). 그냥 제가 아는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전부에요. 빵 천재이면서도 빵의 콘셉트보다 그가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태도'입니다. 직업으로 이 일을 택했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이죠. 그 태도가 우리가 하는 일을 특별하게 만든다고, 저는 그렇게 믿고 있어요.

사람들

많은 회사들이 XX웨이(way)라는 이름으로 회사의 비전과 미션을 교육하고 의사결정에 활용합니다. 프릳츠 역시 직원 교육을 하지만 이 교육에 관해 김병기 대표의 생각이 인상적입니다. 일방의 주입이 아니라 상호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라는 거죠. 그러면서 '10번 버스' 얘기를 합니다.

많고 많은 버스 중에 프릳츠는 10번 버스라고 할 수 있어요. 10번 버스의 루트가 자기 삶의 루트와 일치하는지 물어보는 거죠. 이곳이 더 나은 직장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저희는 프릳츠가 정한 범위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일 뿐인고, 교육은 이 방법에 동의하는지를 여쭤보는 것이죠.

프릳츠는 함께 일하는 방법으로 언어, 매뉴얼, 작업일지 등을 이용합니다. 순환 팀장제도 인상 깊었습니다. 언어를 맞추고 행동 규범을 정하고 기록하여 재연하는 과정을 통해서 같은 길을 가는 동료가 됩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브랜딩으로 이어지게 되지요.


태도

한 집 건너 하나씩 보이는 것이 커피숍과 빵집입니다. 가볍게 생각하려면 한없이 가벼워지는 일을 대하는 김병기 대표와 허민수 쉐프의 이야기가 오래 머리에 남습니다. 생각해보면 세상 대부분의 일들이 무겁고 또 가볍습니다. 결과는 보이지만 과정을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의 일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일까요. 좋은 제품은 무엇으로부터 나오는 걸까요. 사람들이 꺼내는 돈의 가치는 어떻게 매길 수 있을까요.

직업의 태도는 삶의 태도와도 이어져 있습니다. 허민수 셰프는 빵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큰 변수는 기술자 본인이라고 말합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좋은 컨디션으로 일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반면 휴식이랍시고 여가 생활을 무리하게 가지면 일에 영향을 주게 되죠. 허민수 셰프는 이렇게 말합니다. "일을 잘하려면 삶을 단정히 해야 합니다. 충분한 휴식과 여가 생활을 적절히 배분하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계속 설명해요.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개인 생활이 무너지면 직업 활동에 영향을 미치게 되거든요."
잠깐 집중하는 것만으로 누구나 감탄할 만한 작품이나 세기에 기록될 만한 업적을 이룬다면, 그 사람은 분명 천재일 겁니다. 그런데 세상에 천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천재라면, 그 재능을 천재라고 부르지도 않겠죠. 오히려 천재처럼 보이는 대단한 사람들도 나름의 성취를 이루기 위해 상당한 노력과 많은 시간을 쏟으며 살아갑니다. 그들 대부분은 아침 일찍 일어나 자기 직업에 몰두하는 하루를 매일 반복합니다. 김병기 대표는 이걸 '자기 삶을 책임지는 예술가의 높은 성취'라고 표현합니다. 하루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삶보다 성실한 하루하루를 반복해 살아내는 것이 더 힘들고 숭고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프릳츠는 이제 업력 6년에 70명이 넘는 직원이 일을 하는 곳으로 커졌습니다. 프릳츠를 사랑하는 사람도 늘었지만 실망하는 댓글도 종종 눈에 띕니다. 프릳츠가 중점을 두고 있는 맛과 태도에 관한 내용도 적지 않습니다. 사람이 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성장통일 것입니다. 프릳츠는 잘 할 수 있을까요.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창업 스토리가 마음 깊이 남는 것은 앞서 허민수 셰프가 빵에 대해 말한 이유와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을 하고 사는 것을 다시 돌아봅니다. 우리 모두 열심히 살아낸 평범한 하루 하루을 잘 쌓아봤으면 합니다.

 

 

원본 이미지 링크: https://www.folin.co/book/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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