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지 않아도 알려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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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ㅍㅍㅅㅅ, 아웃스탠딩, 허핑턴포스트 같은 일명 ‘뉴미디어’ 기업들의 기사 공유 방식을 보면 뭔가 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글을 공유하면서 본문을 보지 않아도 되도록 핵심을 요약한다든지, 글의 결말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래(왼쪽)와 같다.
왼편은 최근 ㅍㅍㅅㅅ에서 페이스북에 공유한 글이다. 글의 제목이 ‘5가지 핵심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기사를 클릭하도록 만들려면 최대한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해 링크를 누르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ㅍㅍㅅㅅ는 포스팅에서 5가지 노하우를 아예 요약해서 노출해버렸다. 이게 무슨 일인가. 독자들이 궁금해할 법한 내용을 미리 알려주다니. 사실 그동안 우리가 흔히 접해왔던 방식은 오른쪽 예시에 가까웠다. 요즘엔 ‘충격’, ‘경악’과 같은 단어 사용은 줄었지만 이런 식으로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해 기사를 누르게 만드는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며 흔하다. 뉴미디어 매체는 왜 클릭하지 않고도 궁금증을 풀어주려는 걸까? 가볍게 떠오르는 단상을 메모해보기로 했다.
그전에 이 글의 한계에 대해 말하고 싶다. 이 글에서 표기한 뉴미디어는 위키백과에서 언급한 설명을 참조하여 ㅍㅍㅅㅅ, 아웃스탠딩, 허핑턴포스트와 같은 매체를 예로 들었다. 이 구분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여기에 나열한 매체가 대표적인 뉴미디어 매체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또한 일부 경우 예외가 있을 수 있고, 그에 따른 해석 역시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저널리즘’은 이 글의 비교 대상에서 예외로 두었는데, 그것은 공유의 방법과 상관없이 큰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 글의 목적은 뉴미디어 매체에서 보이는 콘텐츠 공유 방법의 특징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생각의 확장을 유발하여 그 결과를 나누는 데 있다.
독자와의 관계
뉴미디어와 기존 인터넷 매체를 생각해보면 회의실의 작은 탁자와 큰 탁자 이미지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서로의 거리가 숨소리마저 들릴 만큼 가까운 ‘작은 탁자’와 모두가 들릴 만큼 큰 소리로 얘기해야 하는 ‘큰 탁자’. 상호 작용 대상 간의 거리는 관계를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가볍고 즉각적이며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이 앉은 독자를 상대로 뉴미디어가 기존 인터넷 매체처럼 낚시성 제목으로 독자를 끌어들인 후, 유지한다는 것은 사실 상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뉴미디어의 독자는 작은 탁자에 둘러앉아 끊임없이 치고받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들은 충성고객이 된다.
더 읽고 싶으세요?
업무 상 전화를 해야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전화를 건 후 용건을 바로 말해버리는 경우와 “잠시 전화 통화 가능하세요?” 묻고 시작하는 경우, 상대방이 이야기를 듣는 태도와 인내심은 큰 차이를 보인다. 이와 비슷하게 뉴미디어가 제목으로 낚시하지 않고 콘텐츠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 미리 보여주는 것은 시간은 없고 읽을거리는 많은 독자들에게 클릭 의사를 확인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클릭하지 않고 요약만 보는 독자들 입장에서는 효율적으로 시간을 아끼며 정보를 얻고, 더 알고 싶은 독자는 글을 클릭하여 부족함을 채운다. 어떤 경우든 ‘결론부터 말해주는’ 뉴미디어의 노출 방식은 독자에게 이득으로 작용한다.
브랜드 vs 개별 기사
매력적인 제목은 트래픽 유입과 상승에 절대적 역할을 한다. 때문에 많은 매체들이 제목을 궁금하게 만들고 클릭을 유도하는 등 자극적 제목 생산에 몰두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 사이트 메인 역시 이런 방법을 쓰기에 안성맞춤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개별 기사 트래픽이 기자 개개인의 정량적 수치화가 가능한 성과 평가 지표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개별 기사와, 개별 기사로 유지되는 트래픽의 총량을 올리고 유지하기 위한 기존 인터넷 매체의 이런 행동은 지극히 당연하며 자연스럽다.
반면 뉴미디어는 개별 기사보다는 브랜드 충성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고 핵심을 요약해 노출하는 방식은 그 특성상 개별 기사 트래픽은 낮을지 몰라도 브랜드 충성도는 높일 수 있다. 페이스북 좋아요 수가 그대로 브랜드 충성도를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2014년 한국판 서비스를 시작한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1920년 창간한 조선일보보다, ㅍㅍㅅㅅ가 동아일보보다 페이스북 좋아요 수가 더 많다는 점은 기세를 만들어야 하는 뉴미디어 스타트업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구독 환경의 변화
시간은 없고 읽을거리는 차고 넘치는 시대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등장은 독자들이 미디어를 접하는 방식도 바꾸었는데 페이스북 타임라인이 그 좋은 예다. 시간당 수 십 개의 유사 제목 어뷰징 기사를 쏟아낸다고 더 많이 노출되는 시대는 지났다. 얼마나 사람들이 공유하고 그 글에 반응했는지, 그 매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에 따라 타임라인 노출 여부가 결정된다. 사람들은 더 보고 싶은 기사인지, 덜 보고 싶은 기사인지 여러 가장 방법을 통해 표현하면서 노출 빈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렇게 미디어, 플랫폼, 독자가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시장에서 제목으로 낚시하는 미디어는 단기 트래픽을 가져가고 브랜드 충성도를 잃는다. 낙인 효과도 피할 수 없다. 독자들은 낚시글 제목에 몇 번 당하고 나면 해당 매체의 글을 클릭하기 전에 순간적으로 더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기 때문이다. 아직도 낚시성 제목으로 트래픽을 유도하는 기존 인터넷 매체가 있다면 굉장히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것을 얼른 깨달아야 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복잡하고 어렵지 않다. 손님이 더 오도록 하려면 손님을 바라보고 손님에게 더 득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경험한 기존 인터넷 매체는 자사의 트래픽을 늘리는데 집중한 나머지 독자를 잊었던 것처럼 보인다. 뉴미디어는 이런 시장에서 독자를 보고 움직였다. ‘결론부터 말하고, 핵심을 요약하여 공유하는’ 방법은 이런 작은 시도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미세한 균열은 처음엔 보이지 않다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둑을 터트리고 판을 흔든다.
이 글은 브런치에서 이곳으로 블로그를 이사하면서 옮겨진 글이며 2017년 5월 23일 쓰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pi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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