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소프트가 지난 8월 코스닥 상장 철회 이후 재상장을 시도합니다. 공모가는 주당 9,000원으로 밴드 상단 금액이 채택되었습니다. PER(주가수익률)가 23.5배로 추정되었는데 이 숫자는 JYP 엔터테인먼트(25.8배)나 SBS 콘텐츠허브(24.0배), 대원미디어(26.1배)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투자수익률이 4%를 좀 넘는데 개인적으로 상당히 고평가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매출과 이익
최근 2년 당기순이익이 연속 마이너스이며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간단히 투자설명서에 매출과 이익을 보겠습니다. 대충 보더라도 2017년, 2018년 당기순이익이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잘 눈에 들어오지 않으니 그래프로 그려보겠습니다.
2016년 급성장 이후 2017년부터 이익이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은 원조 캐리 언니 강혜진 씨가 퇴사하고 캐리소프트가 라인업을 재정비하던 시기와 일치하네요. 2018년 당기순이익을 보겠습니다. 무려 21억 적자를 봤습니다. 아래는 IPO이후 예상 매출과 이익인데 누구나 꿈꾸는 J커브 성장 그래프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과거 매출, 이익과 굉장히 대조되는 예상치인데 말 그대로 예상치이니 뭐라고 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추정치가 허황되다고 생각되면 투자하지 않으면 됩니다.
주주 지분
가족이 39% 이상을 가진 기업입니다.
박창신은 권원숙의 남편으로 현 캐리소프트 대표이사입니다. 권원숙은 박창신의 부인으로 초기 대표이사였습니다. 박창욱은 박창신 대표이사의 동생입니다. 권희진은 특수관계인이나 가족 관계 여부가 확실치 않습니다. 이렇게 해서 가진 지분이 39.87%입니다. 권희진은 특수관계인이나 가족관계 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니 제외하고 보면 가족이 소유한 지분이 39.41%입니다.
급여 수준
평균 급여 1,800만원, 평균 근속연수 1년 5개월
아래는 투자설명서에 제출된 급여 수준입니다. 1인 평균 급여가 최고 2,500만 원을 넘는 직원이 없습니다. 전체 48명의 평균 급여는 1,800만 원 수준입니다. 최저임금 기준 연봉이 2018년은 약 1,888만원, 2019년은 약 2,094만원 선입니다. 산술적으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평균인 것입니다. 5년 차 기업(2014년 10월 설립)이지만 평균 근속연수가 1년 5개월로 짧습니다. 직원들의 처우가 좋지 않고 근속 연수가 짧은 점은 투자자의 시각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분쟁
총 6건 중 2건이 피소 사건이며, 소송금액이 56억을 초과함
현재 6건의 소송 및 분쟁에 계류 중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 중 소속 금액이 큰 1, 2번이 캐리소프트가 피소된 사건입니다. 두 사건의 소속 금액을 합치면 56억이 넘습니다. 캐리소프트 2018년 매출이 99.6억, 당기순이익이 -21.8억입니다. 소송금액이 매출과 이익 규모에 봤을 때 상당합니다. 이런 위험으로 이번 공모 시 소송으로 인한 피해 금액이 발생할 경우 대표이사가 손해에 대한 금원을 보전하는 확약을 했다고 쓰여있습니다. 시장 거래 가격 기준으로 산정한 수량의 주식을 무상으로 캐리소프트로 이전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소송 당사자는 캐리소프트이기 때문에 재무제표에 영향을 주며 행여 대표이사가 도망가거나 파산 신청을 하는 등 확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상장 후 수입금액
9,000원에 성공적으로 상장한다면 순수입금이 약 61.9억입니다. 캐리소프트는 아래와 같은 항목에 비용을 지출할 것이며 아시아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한다고 합니다. 뭔가 초기 스타트업들이 VC나 정부사업에 제출할 때 내는 사업계획서의 문구를 보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좀 허황된 느낌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면 미래 매출과 이익이 성장할 거란 예측 그래프 말고 과거 매출과 이익이 성장해오고 있는 그래프를 내밀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운영자금 사용계획입니다. 3D 애니메이션 제작에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신규사업 투자 금액은 미미합니다.
시설자금 사용계획입니다. 물류센터 확대, 중국, 키즈카페에 상대적 비중이 높습니다.
상장 후 실제 사업에 들어가는 돈이 생각보다 적습니다. 운영과 시설에 들어가는 자금 계획이 개인적으론 좀 회의적입니다. 대신 캐리소프트 대표이사를 비롯한 가족이 가진 약 39%의 지분은 공모가 9,000원으로 계산했을 때 약 190억 정도 됩니다. 상장 후 1년 동안은 가족들이 지분을 팔지 못하도록 1년의 보호예수가 걸려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상장을 할까?
재무구조와 수익성은 별로지만 기술성장기업특례로
2년 연속 적자에 작년 당기순이익이 -21억입니다. 피소된 소송금액이 56억이 넘고 유동부채는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39% 이상의 지분을 가족이 가지고 있고, 직원들의 평균 급여가 최저임금 수준을 밑돌며 근속연수도 1년 5개월로 낮은데 어떻게 상장을 하는 걸까요? 코스닥은 뭔가 이런 기업을 받아줄 만한 시장은 아닌 것 같은데요. 알고 보니 캐리소프트는 기술성장기업특례(사업모델기업) 적용 기업으로 상장을 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재무구조와 수익성은 별로지만 기술력과 성장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자금조달을 할 수 있도록 코스닥 시장에 특별히 문을 열어 주는 겁니다. 결국 투자에 참여하는 공모주주들은 재무구조와 수익성은 별로라는 걸 알고 있지만 기술력과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참여하게 되겠네요.
기술보증기금은 기술성장기업특례를 아래와 같이 요약합니다.
기술력이 뛰어난 유망기술기업이 기술평가를 활용해 코스닥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
전자공시 투자설명서는 아래와 같은 유의사항이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당사는 코스닥시장 상장요건 중 기술성장기업특례(사업모델기업) 적용기업입니다. 통상 기술성장기업특례(사업모델기업)의 적용을 받아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는 기업의 경우, 사업의 성과가 본격화되기 전 상장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으며, 따라서 안정적인 재무구조 및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자께서는 이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상장에 대해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업의 성장성에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조달 자금이 기업의 미래 성장 가치에 주는 영향보다 대주주 지분 현금화에 주는 영향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의 평균 급여가 최저 임금보다 못하다는 것도 충격입니다. 인건비를 이 정도 수준으로 줄이고 있는데 회사는 2년째 적자이고요. 최악의 경우 보호예수가 종료된 이후 대주주 지분 감소와 함께 상장폐지까지 간다면 정작 피해는 개인 투자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수 있습니다.
코스닥 상장 기업이라고 다 같은 기업이 아니라는 것을 개인 투자자 여러분들은 항상 유념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기술성장기업특례와 같이 뭔가 '특별한 혜택'으로 문턱을 넘은 경우 기본적으로 그 시장이 보장하는 하한선을 충족하지 못한, 예외 기업일 수 있으니 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자료: 캐리소프트 투자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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