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 전 쯤 미국 MIT 생체모방로봇연구소에서 루빅큐브를 0.38초만에 맞추는 영상을 공개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 로봇은 큐브가 고정된 상태에서 각 면을 회전시키는 방식으로 6개의 모터와 로봇팔, 2대의 카메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이번에 OpenAI가 공개한 루빅 큐브를 맞추는 로봇은 이전 방식과 많이 다릅니다. 사람의 손 모양과 손가락의 움직임을 인공지능으로 계산해 큐브를 맞추는 시도를 한 것입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태어나 여러 물건들을 경험하고 배우면서 큐브까지 맞춰내는 놀라운 과정을 이 로봇이 재현하는 듯 합니다.
로봇 팔로 큐브를 맞추는 연구는 좀 쓸모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얼마나 많은데 시간과 돈을 들어 큐브를 맞추가 하고 있다니요. 더구나 이미 0.38초 만에 어지럽게 섞인 큐브를 맞춰낼 수 있는 로봇이 일 년 전에 나온 상황에서요. 하지만 OpenAI의 이 로봇 팔은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일단 로봇으로 구현한 손가락 관절이 딱딱한 큐브를 안정적으로 잡고 돌려내는 모습도 그렇고요. 큐브를 어떻게 맞추어야 한다는 룰을 정해주지 않고 각 면이 동일한 색상이 되도록 한다는 목표만 주면 학습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달성할 수 있고 그 실력이 앞으로 계속 늘어날거란 점도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건 이미 세상의 많은 인프라와 시스템들이 사람의 행동 패턴에 맞춰 설계되어 있는데 이런 환경에서 사람과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는 로봇이 가져올 변화입니다. 기존에 투자된 환경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도 현장에 투입해 빠르게 생산성을 보여줄 있는 것이지요. 기술의 발전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우리의 삶이 나아지고 경제가 성장하는 것과는 완전히 비례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기술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가뿐히 넘어서서 현장에 투입될 수 있습니다. 어른들은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아이들은 일상이 된 기술들이 그런 예입니다.
이 로봇 팔이 큐브를 맞추기 위해 시뮬레이션으로 학습한 시간이 약 1만 년 정도라고 합니다. 인간의 수명이 100세 정도이고 한 사람의 경험이 다음 세대로 이어져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확률과 시간이 낮고 느린 점을 고려한다면 이젠 확실히 로봇이 잘하는 것과 인간이 잘하는 것이 분명해진 느낌입니다. 감정적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도구의 활용에 대해 깊이 고민할 시기인 것이지요. 손이 불편한 사람에게 이런 로봇 팔이 이식되고 개인의 삶에 경험으로 손가락이 학습된다면 공장에서 찍어낸 로봇 팔이라도 모두 다른 행동을 할 수 있고, 쓰면 쓸 수록 내 팔이 되어가는 시대가 온다면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이 로봇 팔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 뉴욕타임즈 기사
- 이 로봇이 루빅 큐브를 맞춰내는 편집 전 원본 영상
- 천을 씌우고 볼펜으로 큐브를 건드리며 로봇의 큐브 맞추기를 방해할 때 로봇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볼 수 있는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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