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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제품의 정체성을 되묻게 하다: 메타의 스레드(Threads)

by rhodia 2023. 7. 23.

출시 5일 만에 1억 명

메타(Meta)에서 트위터와 비슷한 SNS서비스 스레드(Threads)를 출시한 지 보름이 좀 넘었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기존 팔로워 동의를 통해 그대로 팔로우를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스레드는 출시 5일 만에 가입자 1억 명을 넘어서면서, 약 3.5억만 명의 계정을 보유한 트위터의 아성이 위협받는 것처럼 보였다.

 

나도 스레드 출시 날 계정을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어떤 회사에서 만들었는지, 어떤 목적을 가진 제품인지 고민하지만 메타가 만들었고 인스타에서 사진 뺀 트위터라고 하니 별로 더 알아볼 게 없었다. 일단 가입하고 어떤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지, 어떤 글들이 올라오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스레드의 피드는 쓰레기로 가득했다.

특별히 누군가를 타겟팅해 팔로우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기본적으로 노출되는 피드에는 쓰레기 글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마치 탐험이 끝난 지구에 신대륙이 발견되고 사람들을 거기 풀어놓은 것 같았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만든 메타에서 만든 이제 막 시작된 신생 SNS인데 주인 없는 땅이 널려있으니 "쓰팔(스레드 맞팔)"이라는 걸로 서로의 팔로워를 늘려주는 어뷰징에 재미 붙인 사람들도 자주 보였다. 팔로워가 돈이 되는 세상에 어쩌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의도된 과열

메타도 어느 정도 예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런 행위에 페널티를 주지 않고 방치하는 것도, 서비스 초기에 어느 정도 사용자 활성도가 어떤 방법으로든 과열되어 후속 성장을 견인하길 바랐을 수도 있다. 사람이 많아지고 팔로워와 돈이 도는 곳이면 쓰임이 없더라도 쓸모가 찾아지기 마련이니까. 사람이 고이고 돈이 모이는 곳의 특성을 메타는 잘 알았던 것 같다. 스레드가 쉽게 문 닫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트위터의 위기?!

스레드 출시 소식에 트위터 핵심 경쟁력에 의문이 든 적이 있다. 대규모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고, 개인화된 피드 추천 알고리즘 구현이 가능하다면 트위터 카피쯤은 너무나 손쉬울 것 같았다. 63조 원에 트위터를 산 머스크가 화가 날만 하다고.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트위터의 경쟁력이 더욱 명확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강자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틱톡도 다시 보였다.

 

철학의 부재

"스레드는 사람들의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나왔을까?" 포지션도 애매하고, Product Market Fit을 찾은 것 같지도 않았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대기업의 힘으로, 자원과 기존 사용자 수에 기대어 흔한 유사 서비스를 하나 더 출시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용자 1명을 모으기 위해 제품을 개선하고, 마케팅비를 쥐어짜가며 집행하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은 이렇게 돈으로 바른 서비스를 보고, 또 그들의 사용자가 5일 만에 1억 명을 넘어서는 것을 보고 얼마나 허탈했을까. 마치 열심히 일해 벌은 한 달 월급을, 누군가는 한 끼 식사비 지불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다.

 

소셜 서비스는 "어떤" 사람들이 모여있는지가 제품의 방향성을 결정한다. 기획자는 그 "어떤"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제품의 철학을 공유하고 제품을 개선해갈 수 있을 뿐, 제품을 끌고 가는 것은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스레드는 적어도 실패하고 있는 제품처럼 느껴진다. 요즘은 이런 제품을 보면 하품이 나온다. 재미없고 지루하다. 

 

스레드는 Hacker Way와 부합하는 제품일까
Meta의 Threads(출처: https://edition.cnn.com/2023/07/05/tech/meta-twitter-threads-app-instagram/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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