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글쓰기> 참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아래는 인상 깊었던 글의 부분 부분을 따로 발췌하여 정리하였던 것을 그대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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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글쓰기 지침
2. 자신 없고 힘이 빠지는 말투는 싫네. ‘~같다’는 표현은 삼가게.
6. 쉽고 친근하게 쓰게.
7.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고 쓰게. 설득인지, 설명인지, 반박인지, 감동인지.
8. 연설문에는 ‘~등’이란 표현은 쓰지 말게. 연설의 힘을 떨어뜨리네.
13. 일반론은 싫네. 누구나 하는 얘기 말고 내 얘기를 하고 싶네
17. 통계 수치는 글의 신뢰를 높일 수 있네
18. 상징적이고 압축적인, 머리에 콕 박히는 말을 찾아보게.
23. 중요한 것을 앞에 배치하게. 사람들은 뒤를 잘 안 보네. 단락 맨 앞에 명제를 던지고, 뒤에 설명하는 식으로 서술하는 것을 좋아하네.
24. 사례는 많이 들어도 상관없네.
25. 한 문장 안에서는 한 가지 사실만을 언급해주게. 헷갈리네.
28. 평소에 사용하는 말을 쓰는 것이 좋네. 영토보다는 땅, 식사보다는 밥, 치하보다는 칭찬이 낫지 않을까?
29. 글은 논리가 기본이네. 멋있는 글을 쓰려다가 논리가 틀어지면 아무것도 안 되네.
32. 단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생각나지 않으면, 그 글을 써서는 안 되는 글이네.
13. 어머니가 해주는 집밥이 최고지 않나? 글도 그렇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야 해.
생각의 숙성 시간을 가져라
무엇보다 사람과 사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컸다. 그런 결과일까. 어떤 주제, 어느 대상에 대해서도 늘 할 말이 준비되어 있었다. 모든 사안에 대해 자신의 견해와 주장이 있었다.
먼저, 무엇을 하려고 할 때 세 번 생각한다는 것이다.
첫째, 이 일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 생각한다.
둘째, 나쁜 점은 무엇인지 생각한다.
셋째,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한다.
다음으로, 상대가 있는 경우다. 그때에도 세 번 정도 생각을 했다.
첫 번째, 이 사안에 대한 내 생각은 무엇인가?
두 번째,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무슨 생각, 어떤 입장일까?
세 번째, 이 두 가지 생각을 합하면 어떤 결론이 나올 수 있을까?
몽테뉴는 [수상록]에서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잘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두 대통령의 글쓰기 힘 역시 생각에서 나왔을 것이다. 정보는 널려 있다. 따라서 글감은 많다. 구슬을 꿰는 실이 필요하다. 그 실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바로 생각이다. 생각이 글쓰기의 기본이다.
독자와 교감하라.
“훌륭한 커뮤니케이터는 상대의 언어를 사용한다.”
미디어 전문가 마샬 맥루한의 유명한 말이다. 한 번은 이런 메모도 내려왔다.
“사리에 맞는 내용을 좋아하는 청중과, 감정에 호소해야 할 청중, 긴 연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청중과, 짧은 연설을 기대하는 청중을 잘 따져서 연설문을 준비해주기 바랍니다.”
누구나 글을 쓸 때에는 그 글을 읽을 사람이 누구인지, 그들이 무슨 얘기를 기대하는지를 의식해야 한다.
‘낭중지추’ 주머니 속의 송곳은 밖으로 삐져나오게 되어 있다는 말. 역량이 있는 사람은 눈에 띄려고 애쓰지 않아도 언젠가 눈에 띄게 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은 후에는 사색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 스스로 지킬 것을 다짐한 ‘대통령 수칙’ 12번이 ‘양서를 매일 읽고 명상으로 사상과 정책 심화해야’이다. 김 대통령은 독서의 완결이란 읽은 책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서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데까지라고 했다. 노 대통령 역시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과 영감을 정책에 반영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책으로 집대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맹자가 얘기한 ‘이의역지(자신의 생각으로 저자의 뜻을 받아들임)’에 충실했던 것이다.
결국엔 시간과 노력이다.
“글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라 엉덩이로 쓰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다.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나오는 게 글이란 얘기다.
대통령의 독서 메모는 ‘대차대조 메모법’이라고 불렸다. 책을 읽다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나오면 책의 여백이나 노트에 대차대조표를 그리듯이 도표를 그렸다. 도표 한쪽에는 책의 내용을, 다른 한쪽에는 자신의 의견을 적고 그 해법을 얘기했다. 생각이 묻혀 사장되지 않도록 철저히 메모했다. 이렇게 대통령은 평생 메모하고 쓰는 것으로 답을 찾아나갔다. 대통령의 이런 메모 습관은 단지 기억을 되살린다는 의미를 뛰어넘어 매일매일 글쓰기를 연마하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노무현 대통령도 늘 가까운 곳에 메모지를 놓고 살았다. 손바닥 두배 크기쯤 되는 메모지였다. 여기에 생각날 때마다 수시로 메모를 했다. 회의 시간이나 연설할 때에는 양복 안쪽 호주머니에서 이 메모지가 나왔다. 보고서를 보거나 TV를 보다가, 혹은 책을 읽다가 생각나는 것을 적은 메모였다. 어떤 것은 가로로, 어떤 것은 세로로, 또 어떤 것은 뒷면에도 쓰여 있고, 밑줄이 쳐 있거나 동그라미가 그려진 메모도 있다. 대통령은 메모지를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돌려보면서 얘기하곤 했다.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문서는 물론, 이에 대한 대통령의 지시와 그 지시에 대한 참모들의 후속조치 등도 이지원 시스템에 낱낱이 기록됐다.
횡설수설하니 않으려면
글쓰기 최고의 적은 횡설수설이다. 왜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가?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쓸데없는 욕심을 내기 때문이다.
글을 멋있게, 예쁘게, 감동적으로 쓰려고 하면 나타나는 몇 가지 현상이 있다. 1. 길어지고 2. 느끼해지고 3. 공허해진다. 몇 가지만 명심하면 횡설수설하지 않는다. 가급적 한 가지 주제만 다루자. 이것저것 다 얘기하려고 욕심부리지 말고. 음식점도 뭐 하나를 똑소리 나게 잘하는 집을 기억하지 않는가. 감동을 주려고 하지 말자. 하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힘을 빼고 담백해지자. 거창한 것, 창의적인 것을 써야 한다는 조바심을 버리자.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모방과 벤치마킹을 부끄러워 말자. 다르게 읽으면 그것이 새로운 것이다. 반드시 논리적일 필요도 없다. 진정성만 있으면 된다. 논리적인 얘기보다 흉금을 터놓고 하는 한마디가 때로는 더 심금을 울리기도 하니까.
둘째, 할 얘기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동식 교수는 [인문학 글쓰기를 위하여]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다. “생각의 길이와 글의 길이를 서로 같게 한다는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생각을 충분히 드러내기에 말이 부족하면 글이 모호해지고, 생각은 없이 말만 길게 늘어뜨리면 글이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오락가락하지 않으려면 세 가지가 명료해야 하는데 주제 / 뼈대 / 문장이다.
기조를 잡아라 – 비장함이야? 축제 분위기야?
한 문장이 이 챕터에서 할 말을 다 함축하고 있어서 더 이상 메모를 할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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