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읽기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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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기술 서적이나 에세이가 아닌 인문학 책을 읽었는데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습관이라는 것이 참 무서운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눈은 읽고 있는데 마음이 자꾸 다른 곳으로 새는데 그냥 이런 모습이 웃길 뿐 어쩔 방도가 없었다. 확실히 기술서적과 책을 읽는 방법이 달랐다. 어쩌면 마음이 달랐다고 해도 좋겠다. 마음 한 구석에 조급함이 웅크리고 있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내 기초 체력이 많이 쇠약해졌구나 하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다시 글자 더미를 따라 올라가 읽고 또 읽고, 그러기를 며칠 째..
퇴근길 지하철에서 19 챕터를 넘어가는 참이었는데 그동안 꾸역꾸역 넘어가던 문장들에 눈과 정신에 쉴 새 없이 처박히기 시작했다. 신기한 노릇이었다. 이거구나! 싶었다.
현재를 사는 것에 대해 생각했고, 내 30개월 된 아이가 꼬마 조르바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 책은 나에게 반드시 다시 읽어 볼 책이고, 다독의 강박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었으며 조급함으로 쌓아왔던 독서 편력을 깨뜨렸다. 그리고 다음 책을 주저 없이 인문고전으로 정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떤가?” 계속 물을 수밖에 없었는데 확실히 나는 솔직하지 못했다.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고, 자유에 대해서 그리고 그 본질에 대해서 꾸밈없이 질문할 수 있어야 했다. 스스로 살며 부딪히고 깨지고 울고 웃으며 아프면 울고 좋은 것에 활짝 웃을 수 있어야 했다. 그동안 나는 무엇인가 읽고 들으면서 그것이 전부라 생각했고 또 우쭐하게 만드는 도구로 사용했는데, 조르바는 떠들썩하게 이론과 책으로 있는 것들을 그대로 살아왔다. 거짓 없이.
줄을 치며 담을 준비도, 능력도 없던 그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나는 한 문장을 옮겨본다. 다음에 읽을 땐 연필 한 자루를 다 쓰지 않을까?
“두목, 당신도 아시겠지만 나는 맨날 죽음을 생각해요.
죽음을 응시하지만 무섭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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