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엠아트와 Under the sea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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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Under the sea 앨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이 앨범을 소개한 손열음 님의 글이었습니다. 화려한 테크닉과 아름다운 소리뿐만 아니라 공간과 시간을 들여다 보고 사람들의 무의식에 관심을 가지는 그의 모습이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앨범을 기획하고, 함께할 동료를 구하고, 온라인에 자신의 생각을 알리는 과정은 괜스레 내 일이 아닌데도 가슴 벅차게 만들더군요. ‘시공간에 가장 어울리는 셀렉션’. Under the sea 앨범은 거의 십 년 만에 저에게 CD를 다시 사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손열음 님의 그것보다 더 큰 감동을 주었고, 결국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따로 있습니다. 아래는 이번 손열음 씨의 Under the sea 앨범을 구매한 후 상자 안에 함께 담겨온 A4지 크기의 홍보 전단입니다. 예스엠아트 대표이사 이윤선 님의 인사 글과 인터뷰, 공연 소식에 대한 내용이 두어 페이지에 짧게 담겨 있습니다. 처음에는 대충 쓱 보고 버리려고 했습니다. 함께 딸려오는 종이가 다 그렇지 뭐 하는 생각 했으니까요. 그런데 한 문단 읽고, 또 한 문단을 읽고 결국 두어 번을 다시 읽고 잘 접어 가방에 넣었습니다. 마음을 흔드는 정돈된 글을 이렇게 만나다니.
이 글을 ‘스타트업 이야기’ 매거진에 담아야 하나, ‘후기’ 매거진에 담아야 하나 고민이 들 정도로 많은 가르침과 깨달음, 그리고 또 창업과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에 대해 저 스스로 반성하게 만든 글이었습니다. 예스엠아트, 이윤선 대표님 모두 처음 듣는 이름이었지만 순간 팬이 되었지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손열음 님의 작품에 실례이지만 이 글을 구매하고 Under the sea 앨범은 부록으로 함께 온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찾을 수 없어 링크를 걸지 않고 한 글자 한 글자 다시 치며 또 읽었습니다. 저에게 너무나 울림을 준 글, 아래 공유합니다.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저의 질문에 그녀는 당차게 그리고 일목요연하게 한 문장으로 답했습니다.
“세계적인 훌륭한 연주자.”
이 한 줄에서 예스엠아트(YESM&ART)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1년 우리는 끊임없이 이 질문으로 고민해왔습니다. 세계적인 것은 무엇이고 훌륭하다는 것은 또 무엇인가…
연주자에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인 연주입니다. 한 음 한 음이 누군가의 심금을 울리고, 연주를 통해 행복이 배가 되고, 절망과 고통을 위로할 수 있는 연주, 무한재생반복을 설정해 두고 듣고 또 들어도 들을 때마다 심금을 울리는 연주, 이런 연주 실력을 갖추는 것이 연주자의 기본이며 이것이 세계적이고 훌륭한 연주자의 기본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여러분과 제가 이미 경험한 것처럼 이 부분에서 피아니스트 손열음 씨는 이미 우리에게 여러 번 그런 감동과 위안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지난 1년간 손열음 씨와 일하면서 느낀 점은, 연주자들이 이런 훌륭한 연주를 하기까지 이들이 감당해야 할 가욋일이 얼마나 많던지요. 작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전 세계 공안장을 이동하며 연주하는 그들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틈틈이 다음 연주 출연에 대한 섭외 문의에 대한 답변과 일정 조율 등등… 3~4년을 남들보다 먼저 계획하고 진행해야 하는 그들의 바쁜 삶의 속도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조 차 생각할 틈도 주지 않을 만큼 이들을 몰아치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낀 적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계적이고 훌륭한 연주자를 서포트하기 위한 첫 번째 키워드는 ‘정리정돈’으로 잡았습니다. 생각보다 아직 클래식 업계는 ‘업’으로서의 질서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도 정확하게 명시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연주자들은 구두로 오간 그 말 한마디에 의존해 해외에서 국내를 오가고 있었고 연주료의 책정과 지불 방식 등에 대해서도 아직 명확한 제시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악가로서, 또 본인을 바라보고 뒤따라오는 후배 음악가들에게 길을 열어 주고 싶다는 선배 음악가로서 이런 사소한(?) ‘정리정돈’도 손열음 씨가 시작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은 처음엔 모두에게 힘들고 번거로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이런 저희의 행보를 두고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아도 제법 모두 놀란 모양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우리는 ‘우리만의 연주’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연주자가 기획하는 연주. 그래서 세대와 계층을 아울러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그런 클래식 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간 우리나라의 클래식이 지나치게 형식과 무게를 실어 마치 일부 특정 계층만을 위한 장르처럼 자리 잡았고, 점점 관객층을 넓혀가는 타 장르와는 대조적으로 시장이 한정적이라는 것이 저희의 판단이었습니다. 최근 뮤지컬 시장이 커져가고 관객층을 넓혀가는 것을 보면서, 이것은 단순히 티켓 가격의 문제라기보다는 내용과 형식이 어쩌면 시대와 너무 요원해진 것이 주원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클래식 음악 시장이 어렵다는 지역 도시와 아프리카로 눈을 돌리기로 했습니다. 공연장을 벗어난 작지만 아름다운 연주와 의미가 있는 공연, 그리고 내일을 만들 수 있는 연주를 기획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키워드는 ‘룰 메이킹(질서 확립)’입니다. 아직 추상적이고 구체적인 실천은 없고 머릿속에서 존재하는 개념이지만 대한민국 최고 피아니스트 손열음 씨를 매니징하는 예스엠아트가 해야 할 일 중에 하나는 ‘바른 피아노 악기의 선택과 관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한민국 문화 공연장은 거의 모든 곳에서 고가의 피아노를 보유하고 있지만 사후관리가 매우 허술합니다. 그래서 연주 때마다 이 한계를 넘지 못하고 더 빛날 수 있고 아름다울 수 있는 연주가 그 가치를 제대로 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저희는 이 문제를 시장에 제시하고 현명하게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입니다. 이는 단순히 피아니스트들만을 위한 행위가 아닌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국익에도 도움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이렇게 저희는 저희의 고민과 방식으로 조금씩 아주 조금씩 그 길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로버트 프로스트는 ‘가지 않은 길’에서 말합니다.
“두 갈래의 길이 있었고 우리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고 그것이 우리의 모든 것을 바꾸었다.”
항상 저희를 응원해주시고 지켜봐 주시는 여러분,
저희는 세계적으로 훌륭한 연주자를 진심으로 서포트할 수 있도록,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도록 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낌없는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
예스엠아트 대표이사 이윤선 올림
이 글은 브런치에서 이곳으로 블로그를 이사하면서 옮겨진 글이며 2017년 7월 24일 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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