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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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근 교수의 <가 보지 않은 길>은 지난 수 십 년 간의 현대차 성장 스토리를 마치 옆에서 지켜보듯 고스란히 담고 있다. 1976년 ‘포니 신화’부터 당시 울산 공장의 풍경, 시대의 변화와 새로운 세대의 등장, 그리고 해외 진출의 쾌거와 자율 주행차의 등장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현대차 이야기이지만 현대차라는 단어를 한국으로 바꿔도 큰 무리가 없다. 현대차의 성장 스토리는 한국의 그것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다.
송호근 교수의 <가 보지 않은 길>은 지난 수 십 년 간의 현대차 성장 스토리를 마치 옆에서 지켜보듯 고스란히 담고 있다. 1976년 ‘포니 신화’부터 당시 울산 공장의 풍경, 시대의 변화와 새로운 세대의 등장, 그리고 해외 진출의 쾌거와 자율 주행차의 등장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현대차 이야기이지만 현대차라는 단어를 한국으로 바꿔도 큰 무리가 없다. 현대차의 성장 스토리는 한국의 그것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다.
열정, 조율, 소명으로 대표되는 한국인 특유의 끈기와 근면 성실함, 우수한 노동력과 교육열은 가난했고 열악한 환경에서 현대차의 성공 신화를 이끌었고, 현대중공업과 현대차가 위치한 울산은 천지개벽 수준의 변화를 보이며 성장했다. 현대차는 연구 개발, 유연 생산체제, 자동화를 필두로 한 기술혁신, 모듈화, 함대형 생산 체제 등을 통해 앞서가는 선두 업체와의 격차를 줄이고, 또 추월하며 세계 자동차 업계 순위 선두를 달렸다.
가난과 결핍, 기세를 만들었던 유전자가 시대와 세대를 통해 바뀌고, 풍요로움이 일상에 보편화되면서 같은 방법으로 늘 같은 결과를 만들기 어려운 시대가 왔다. 노동 해방을 외치며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투쟁하던 노조는 이제 ‘귀족’이라는 말까지 붙으며 대중의 지지를 상당 부분 잃었다. 이익의 최대화를 위해 노동자라는 단어를 둘로 쪼개며 스스로 비정규직을 방패 삼았던 ‘2000년 고용유지를 위한 노사상호협조사항 3조와 6조’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생산차종의 단종, 신구 차종 간의 병행 생산기간, 한시적인 특수 발생, 생산량이 정해진 예외 작업 등 그 기간과 인원이 명백한 경우 임시로 비정규직 투입을 허용하되, 일자리 배치 공정은 노사합의한다. 공장 전체의 투입 비율은 1997년 8월 이전의 비율 이내 관리를 원칙으로 한다. 단, 노사합의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
– 2000년 고용유지를 위한 노사상호협조사항 3조와 6조
내부에서도 이런 노조의 폭주를 멈추어야 하지 않나 하는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다음 선거 당선을 위해서 지금의 선택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전형적 포퓰리즘이다. 책 페이지 216에 나오는 ‘마지막 20분’ 투쟁은 현대차 노조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 현대차의 쇳물을 끓이는 것은 열정이 아니라 욕망인지도 모르겠다.
해외 진출 시 현대차의 큰 장점으로 작용했던 함대형 생산 체제는 우리가 뉴스에서 자주 접했던 수직 계열화의 다름이 아니다. 안정적 공급과 일관된 품질 유지를 통해 최적의 퍼포먼스를 만들어 내지만, 판매 부진과 세계 자동차 시장의 침체 등의 악재에 취약하다. 1차, 2차, 3차로 연결된 계열사가 줄도산할 수 있는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계열사가 현대차에만 집중하는 구조는 자연스레 계열사 경쟁력 약화, 연구 개발의 비중 축소로 연결된다. 현대차 계열사, 비계열사 간 불균형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2017년 현재 현대차 계열사로 편입되지 못한, 즉 함대 밖의 비계열사는 현대차 계열사에 비해 1/3미만의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공장에서 눈이 카메라가 되고, 머릿속이 메모리가 되어 라인 하나하나를 새겨 넣어야 했다. 기계의 위치, 작업자의 동선, 컨베이어 시스템의 각도가 그렇게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1974년 경, 미쓰비시 공장 라인에 파견된 현대차 직원의 회상이다.
우리가 영웅담처럼 자랑스럽게 말하는 이런 노력이 요즘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짝퉁과 카피로 그들의 깎아 내리지만 과거의 우리와 지금의 그들이 크게 다르다고 보이진 않는다.
엔진의 구조가 바뀐다면. 그동안 쌓아왔던 핵심 기술을 더 이상 쓰지 않게 된다면. 전용 기술이 범용 기술로 바뀌는 상황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현대차가 이뤄온 역사는 한국의 역사와 너무나도 닮아있다.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포기하고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지 우린 어쩌면 너무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송호근 교수는 <가 보지 않은 길>을 통해 현대차의 이야기로 한국의 현재와 미래를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자신의 이야기라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각성과 안주, 일상의 무수히 많은 선택이 모여 두 갈래 길의 방향을 정할 것이다. 아직 아무도 그 길을 가 보지 않았다.
“쓰나미는 어느 날 도둑처럼 온다.”
– 클라우스 슈왑(Klaus Schwab), 다포스포럼 창립자
이 글은 브런치에서 이곳으로 블로그를 이사하면서 옮겨진 글이며 2017년 11월 27일 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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