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세고 오래가는 놈만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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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유 자전거 스타트업들이 자국 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그 대상을 확대하려는 조짐이 보인다. 오포(ofo, 2014년 창업), 모바이크(mobike, 2015년 창업)가 대표적이다. 이미 중국 내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로 오포는 알리바바로부터 약 8,000억에 이르는 자금을, 모바이크는 텐센트 등으로부터 약 6,800억에 이르는 자금 투자가 이뤄졌음을 최근 발표했다. 두 기업 모두 시리즈 E (*스타트업에서 투자에서 5번째 투자를 일컫는 말로 A, B, C, D, E 등의 순서로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단계다.
이 공유 자전거 비즈니스가 돈이 되자 중국에서는 이 두 기업 말고 다른 기업들도 공유 자전거 비즈니스에 뒤늦게 뛰어든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빨간색, 하늘색, 초록색 자전거는 신생 기업의 자전거다. 중국 충칭시 우쿵단처라는 스타트업은 시장 포화 등의 문제로 폐업을 선언했고 투입한 자전거에 GPS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약 1,200대 중 10%만 회수하며 100만 위약(약 1억 6천만 원) 정도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1][2]
한국 시장
오포와 모바이크
두 회사 모두 한국 시장 진출 계획이 있다고 발표했다. 오포는 올해 안에, 모바이크는 이미 수원시와 업무 협약을 맺었으며 한국어 홈페이지까지 론칭했다.
따릉이
한국에도 이런 서비스가 없는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에서 운영하며 많이 알려진 ‘따릉이‘가 있다. 따릉이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에서 운영하는 바이씽(BICING)과 같은 자전거 무인 대여 시스템이다. 바르셀로나 시민만 이용할 수 있는 바이씽과 다르게 서울시민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정해진 장소에 대여, 반납을 해야 하기 때문에 대여, 반납 장소를 만들고 협의하는데 시간과 자금이 상대적으로 더 소요된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대여, 반납 장소가 멀면 이용이 꺼려질 수 있다.
타시오(TASIO)
건국대 학생들이 만든 사회적 기업 ‘타시오‘도 독특한 콘셉트를 자랑한다. 서울 내 지역 자활센터에서 직접 수거한 자전거를 재생해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오포, 모바이크와 같이 언제 어디서나 대여, 반납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추구하지만 알파버전 출시 이후 큰 진전은 없어 보인다. 현재는 자전거를 대여하려면 카카오톡으로 ‘타시오’를 플러스친구 맺고 자전거에 잠긴 열쇠 비밀번호를 받아야 하며 반납 시 자물쇠 체결 후 장소와 사진 등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내야 해 조금 불편한 감이 없지 않다.
라이클(LYCLE)
모두 획일화된 크기와 종류의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제공할 때 라이클을 로드 바이크, 미니벨로, 전기 자전거 등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를 대여해 탈 수 있도록 서비스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대여 자전거는 자전거 매장과 제휴를 맺어 운영하기 때문에 자전거의 관리나 안정성도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 제휴된 자전거 매장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은 단점.
오바이크(obike)
오포와 모바이크가 한국 진출 계획을 발표한 이후 요즘 가장 주목할만한 기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서비스하는 자전거의 모양과 기능, 방법이 오포나 모바이크과 가장 흡사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해 자전거를 열고 대금을 지불한다. 자전거에 GPS도 달려있어 주변의 자전거 위치를 검색할 수 있을 뿐만 다 사용 후 아무 데나 세워두면 된다. 트럭으로 자전거를 수 십 대씩 싣고 다니며 자전거 주차장에 뿌리고 다니는 모습이 요즘 자주 보인다. 오포와 모바이크의 본격적 한국 진출 전 반응을 미리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걸림돌
공공 공간 점유
중국의 경우 인도나 차도와 같이 공공시설로 함께 사용하는 공간을 공유 자전거가 점유하면서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아래 사진과 같이 공유 자전거가 일상화된 중국에서는 인도의 절반 이상을 공유 자전거가 차지하고 있거나 관리되지 않는 것처럼 아무렇게 넘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용자가 소유자가 아니기 때문인지 몰라도 넘어진 자전거를 일으켜 올바르게 세워두는 사람도 거의 볼 수 없었다.
이렇게 공공 공간을 함부로 점유하는 문제는 각 나라마다 문제의 소지가 될 확률이 꽤 높아 보였다. 일부 이용자의 편의와 공공 공간을 사기업에서 운영하는 서비스 주차공간으로 사용하면서 다수의 공공 이익이 희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바이크(obike)가 진출한 영국 런던에서는 방치된 자전거 130여 대를 몰수하는 일도 있었다. 앞으로도 이 문제는 각국에서 서비스가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 중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이다.
훼손/파손, 관리 문제
모바이크의 자전거를 예를 들면 도난 방지 기능이 설정되어 있다. 자전거가 잠긴 채로 충격이 발생하면 강한 소리의 경보음이 수 십 초간 울린다. 하지만 이런 간단한 기능이 절도 시도를 일부 예방할 순 있어도 사용자들이 이용한 자전거의 훼손과 파손을 막긴 역부족이다. 아래는 중국 거리에 세워진 모바이크 자전거인데 앞바퀴가 어딘가에 깔려 심하게 훼손되어 있다.
불특정 외부환경에 상시 노출되어 있다 보면 자전거의 소모품도 쉽게 망가지고 노후된다. 아래는 비를 맞고 그대로 방치되어 체인에 녹이 슨 모습.
자전거 수급과 관리
오포와 모바이크의 공유 자전거 수급과 관리를 위한 노력은 놀랍다. 오포는 펑황 자전거와 연간 500만 대 이상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모바이크는 폭스콘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연간 3,000만 대 이상의 자전거 수급 능력을 갖췄다. 이런 시장에서 웬만한 신생 기업이 두각을 나타내기란 사실 상 불가능한 셈이다. 약 1,200대의 자전거를 보유하고 사업을 했던 중국 충칭시의 우쿵단처가 왜 사업을 중단했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자전거는 많은 소모품으로 구성된다. 오포와 모바이크는 지역적 특성과 환경에 맞게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구멍 난 바퀴
파손에 강한 휠과 감춰진 체인
고무 체인
연결 부위 최소화
중국 공유 자전거를 보면서 든 생각
공유 자전거는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지만 사무실과 대중교통까지 걸어서 이동하기엔 애매한 거리도 많고 지정된 장소에서 대여, 반납을 해야 하는 것과 다르게 아무 데서나 빌려 타고 돌려줄 수 있다는 게 상당한 장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서비스 경험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확산 이후 그 파급력은 상상했던 것 이상일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단, ‘아무 데서나 빌려 타려면’ 자전거가 그만큼 많이 보급되어서 언제나 눈에 띌 정도로 위치해야 하는데 국내 여론과 규제가 순조로울지는 지켜봐야 한다. 자전거 수급 능력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중국의 경우나 오바이크가 국내에서 현재 하고 있는 서비스를 보면 가격은 ‘보증금 + 사용료’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최초 가입 시 지불해야 하는 보증금이 약 5만 원 수준으로 이 보증금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보증금을 이용한 자금 운용도 서비스 이용료 이외에 기업이 챙길 수 있는 주 수익원이 될 수 있겠다.
삼천리나 알톤 등과 같이 기존 자전거 업체들이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로드 바이크나 MTB 등과 같이 레저나 기타 특수 목적용으로 사용되는 고가 라인업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고, 일명 마실용(?)으로 불리는 근거리 이동용 자전거 라인업과 중고 자전거 시세는 타격을 받을 것이다. 기본요금 수준의 근거리 택시 이동도 상당 부분 감소할 것이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기어 달린 자전거와 다르게 공유 자전거 대부분은 기어가 없다. 따라서 평지가 아닌 오르막 구간을 자주 이동해야 한다면 생각보다 힘들 것이다. 평지가 넓은 중국과 다르게 국내는 지형 단차가 있어 활성 사용자가 없는 구간이 지도 상에 뚜렷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각 지자체에서 어떤 규제안을 들고 나올지도 미지수다. 특히 따릉이를 직접 운영하는 서울시의 반응이 제일 궁금하다. 시점도 개인적으로 관심 포인트다. 공유 자전거가 시장에 확산되기 전에 규제안을 내놓을지,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을 때 규제안을 내놓을지.
오포나 모바이크가 국내 진출하기 전에 삼천리나 알톤과 같이 국내 기성 자전거 기업의 직원이 이런 서비스를 운영해보자는 기획안을 냈다면 그 회사의 경영진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가끔 생각해본다.
이 글은 브런치에서 이곳으로 블로그를 이사하면서 옮겨진 글이며 2017년 10월 22일 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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