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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국의 셰일 가스는 우리의 기름값 걱정을 덜어줄 수 있을까

by 마켓펀치 2019.10.11

오늘 자 중앙일보 드론테러에도 잠잠한 유가…미국 ‘셰일 파워’의 기사는 지난 14일 사우디 정유시설의 드론 테러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 유가와 미국의 셰일 가스에 다뤘다. 제목만 봐서는 이제 기름값 걱정은 좀 안하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에너지 확보에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할 것이며 우리나라 정유 기업들의 이익률은 떨어질 것으로 본다.

 

지난 14일 드론이 공격한 쿠라이즈는 사우디 최대 규모의 유전이다. 이런 유전이 공격받은 것 자체는 큰 이슈이지만 쿠라이즈 유전은 소규모 드론 공격으로 손익을 따질만한 수준의 허접한 유전이 아니다. 게다가 원유 자체는 불을 붙이려 해도 붙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공격이 큰 손실로 이어지긴 어려워 보인다. 사우디가 걱정하는 것은 드론보다 쿠라이즈 유전 주변의 반란으로 인한 공격일 것이다.

 

미국의 셰일가스는 매장된 셰일층의 질과 파쇄수 재활용, 맥동공법 등의 신기술 적용으로 채산성을 갖춰 유가의 등락에 따라 손익이 갈리던 시대를 이미 지났다. 여기에 셰일이 발견되고 채굴에 투자한 사람이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의 미국식 자본주의가 결합해 지금 미국은 천연가스는 남아돌아 그냥 버리는 수준이고 질좋은 셰일 층에서 나오는 원유는 미국을 에너지 순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탈바꿈 시켰다. 우리나라의 LNG 선박 수주가 괜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천연가스는 부피가 크기 때문에 LNG로 압축하지 않으면 운송 단가가 나오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우리나라에 이득이 되느냐는 것이데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지금까지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중동에서 큰 말썽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한 신경을 썼다. 하지만 셰일 가스로 더 이상 중동의 에너지에 의존하지 않게 되자 미국은 점점 세계 경찰 역할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 여러 사정들이 얽혀있겠지만 이번 시리아 철군 문제 역시 그런 흐름의 한 과정일 뿐이다. 앞으로 점점 더 미국은 세계에 퍼진 군사력을 축소하려 할 것이다. 특히 골칫덩이 중동에서.

 

알려진바 대로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사우디 아라비아 등이 있는 중동 지역은 종파적 갈등과 힘겨루기로 상대적 리스크가 높은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아래 표시된 좁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과해야 하는데 중동의 맹주 사우디와 이란 사이에 끼어 있고 좁은 지역을 통과하자마자 종종 피랍 사건으로 뉴스를 장식하는 소말리아를 지나게 된다.

 

페르시아만의 호르무즈 해협

 

브레튼 우즈 체제 이후 미국은 세계 해양 경찰 역할을 하며 중동의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동맹국들의 에너지 운송 경로를 안전하게 보호하여 자유로운 무역이 가능케 만들었다. 이런 구조는 세계를 거대한 공급 체인망으로 엮었고 여러 부품들이 가격 경쟁력있는 국가에서 각각 만들어진 다음 중국에서 조립되어 미국으로 팔리게 만들었고 미국은 값싼 공산품을, 중국은 경제 성장을, 우리나라를 포함한 기타 동아시아 국가들은 반사이익을 얻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구조가 미국의 셰일 가스, 미중 무역 전쟁으로 금이 가고 있다.

 

우리 주변에 원유 없이 만들 수 있는 물건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원유가 생산되지 않는다. 중국은 상당한 양을 뽑아내는 유전이 있지만 그들이 필요로 하는 양의 절반 정도만 충족할 수 있기 때문에 나머지는 모두 수입해야 한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에너지 확보와 부채 수출의 다름이 아니다.) 미국이 셰일 가스가 팡팡 터지고 있지만 정작 우리가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우리는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과 페르시아만의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며, 위험천만한 해양 경로를 스스로 보호해 운송에 성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미국의 셰일 가스가 어마무지 나온다 해도 우리는 페르시아만 에너지 확보에 필사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상당한 리스크에 노출될 것이다. 남의 이야기 하 듯 할일이 아닌 것이다. 투자를 하고 있다면 이런 리스크를 항상 염두하고 있어야 한다. 상승은 시지프스가 돌을 밀어 올리 듯 느리지만 하락은 절벽과 같이 순식간에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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