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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열살이 안된 아이에게 코딩 교육이 필요할까?

by 마켓펀치 2019.10.06

결론부터 말하자면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개별 아이의 관심과 성취도에 맞춰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어떤 한 사람의 개인적 경험이 다른 사람에게 강요되거나 보편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원칙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 글에서의 주장은 저의 개인적 경험에 바탕을 둔 것이며 절대적 사실이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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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있거나 초등학교 저학년(1~3)을 둔 부모라면 코딩 교육을 시켜야 하나, 코딩 학원을 보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한 번 쯤 해봤을 것입니다. 초등 코딩 교육이 필수가 된다고 하기도 하고 시대가 바뀌며 코딩이 마치 새로운 시대의 영어와 같은 존재처럼 느껴지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아이의 코딩 교육에 적절한 시점을 잘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생후 몇 개월 하는 식으로 생물학적 시기가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몇몇 아이들에게 시켜 본 결과 너무 어린 나이에 코딩에 많은 비중을 두거나, 코딩 전문 학원에 보내는 것은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여기서 너무 어린 나이는 저의 기준에서 10세 미만의 어린이입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는 코딩을 가르치는 것이 별로 유의미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초등학교 저학년의 코딩 교육은 일정 지점에서 한계를 보일 때가 많았습니다. 이런 문제의 대부분은 코딩 그 자체가 아니라 코딩으로 구현해야 하는 무언가를 생각하고 그것이 발생, 동작하는 원리를 아직 정규 교과에서 익히지 못한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한 코딩 교육은 얻는 이득보다 손해가 적지 않았습니다. 중간중간 막히는 부분이 자주 발생했기 때문에 아이가 흥미를 잃기 쉬웠고 교육자 혹은 부모와 감정적 다툼이 생길 가능성도 없지 않았습니다.

 

코딩은 우리가 생각하는 바를 구현하는 도구입니다. 그것이 목적이 되서는 안 된다는 점을 늘 상기해야 합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코딩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학원이나 기타 다른 뭔가를 찾기에 앞서 Code.org 온라인 과정을 가볍게 먼저 시작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Code.org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비영리 코딩 교육 단체입니다.)

 

추천 코스

1단계

이 과정은 글을 몰라도 배움이 가능한 단계입니다. 실질적으로 어린이 코딩 교육을 원하시는 부모님께 가장 추천하고 싶은 코스입니다. 코딩은 어떤 일련의 동작을 컴퓨터가 수행할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잘게 쪼개서 시키는 과정인데 지금까지 사람만 대화 상대로 삼아 봤던 아이들에게 컴퓨터에게 무언가를 시키는 과정은 정말 생소하고 어려운 과정일 겁니다. 화면에 보이는 꽃까지 벌이 이동하게 만들기 위해 "벌아 꽃으로 가서 꿀을 가져와"라고 말하던 것을 "앞으로 두 칸, 오른쪽으로 세 칸 이동한 후 꿀이 있는지 확인하고 꿀을 담은 후 왼쪽으로 세 칸, 뒤로 두 칸 이동하도록" 알려주어야 하니까요.

 

이러한 사고 방식과 코딩의 동작 원리를 이해하게 되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도 자기가 상상하는 미래의 엘리베이터가 어떻게 움직이도록 할 것인지 말하는 방식이 바뀝니다. 단순히 "누르면 오게 해서.."가 아니라 버튼을 누른 다는 행위와 눌린 상태, 이후 과정을 그냥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논리적으로 말하게 됩니다. 말하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것은 그런 식의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지요. 이 과정은 그런 생각을 도와주는 훌륭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2단계

아이가 초기 코스를 재미있게 즐기고 그다음 과정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면 다음 목록의 코스를 추천합니다. 이 코스는 아이들에게 익숙한 앵그리버드, 겨울왕국, 마인크래프트의 캐릭터를 이용해 아이들이 마치 게임을 하는 듯이 즐기며 배울 수 있도록 돕습니다. 어떨 때는 스스로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3단계

그다음 코스를 찾을 때면 아이가 좀 컷을 때일 것입니다. 그땐 아이가 원하는 것을 시켜봐 주세요. 실제로 손에 잡히는 무언가로 해보길 원한다면 영국의 BBS에서 만들어 배포하고 있는 마이크로비트(Micro:bit)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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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코딩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이가 흥미를 잃어간다면 동기 부여는 해줄 수 있지만 억지로 무언가를 시켜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지금 아이들에게 코딩 교육을 시키려는 것은, 지금 당장 코딩으로 뭔가 쓸만한 것을 만들고 큰돈을 벌도록 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고방식과 의식의 전환에 기회를 아이들에게 주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그런 기회는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꿈꾸는 무언가를 만들어 보고 싶을 때 주변을 둘러보며 쓸만한 도구들을 선택하고 붙여주는 본드로 변하게 됩니다. 기계에게 무언가를 시켜 내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방식으로 혹은 효율적 방식으로 수행하고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겪어 보고 초등학교 3학년 정도의 지식을 가졌을 때 "아,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은 대충 이렇게 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과 그 수준에 맞는 도구를 스스로 찾아보고 써 볼 수 있으면 그만입니다.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면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학부모님들이 인공지능이란 단어를 들으시면 로봇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리고 막연한 감정이 듭니다. 사실 인공지능에 대해 뭔가 배웠던 적이 대부분 없으시기 때문에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치면 '코딩'이란 단어를 떠올렸을 때, 부모님이 '인공지능'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와 같은 막연한 수준에서 생각이 머물지 않게 도와줄 수 있습니다. 코딩을 "컴퓨터가 뭘 하는 거"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얘기하는 것이고 어떤 원리로 그렇게 동작하는지 간단하게라도 이해한다면 아이의 생각 주머니는 크게 성장할 것입니다. 우주를 정복하겠다는 무겁고 커다란 마음으로 학원부터 보내지 마시고, 아이와 컴퓨터 앞에 앉아 가볍게 시작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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