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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구독경제, 그리고 자산의 소유

by 마켓펀치 2019.09.26

"구독은 책이나 신문을 사서 읽는다는 의미의 단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씨처럼 월정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특정 상품(혹은 서비스)을 사용하는 행위 전체를 뜻하는 단어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이를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라고 부르기도 한다. 구독 자체는 전통적인 산업으로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우리 생활에 녹아 있었지만, 여기에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스마트 기기의 확산 등 새로운 산업이 접목하면서 구독경제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구독경제라는 용어를 만든 기업 주오라(Zuora)에 따르면, 구독 기반 산업 매출은 스탠다드앤드푸어스500 기업 매출보다 약 8배, 미국 소매업 매출보다 약 5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구독을 통해 소비자는 좀 더 저렴하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고, 기업은 지속적으로 수익을 낸다. 제품 자체보다는 제품이 주는 효용성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더욱 굳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오라의 창업자 티엔 추오(Tien Tzuo)는 “유행처럼 번졌던 공유경제를 넘어 이제는 구독경제로 향하고 있다”며 “구독경제는 사업 모델을 제품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영화, 음악, 침대, 자동차까지… 이젠 갖지 않고 ‘구독'”
https://news.joins.com/article/23446117

구독 상품을 출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사용자도 구독의 개념을 더 이상 낮설어 하지 않는다.

 

다량의 콘텐츠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늘렸지만 콘텐츠 간 가치 역시 더욱 극명하게 벌려놨다. 검증되지 않은 저자의 중저가의 콘텐츠는 개별로 판매하기 힘들어졌고, 고가의 콘텐츠는 별도의 브랜드를 구축하면서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콘텐츠는 꼭 영화, 음악만을 뜻하지 않는다. 자동차, 부동산 우리가 소유하고 싶은 많은 것을 포함한다고도 볼 수 있다.

 

세계 경제 불황 조짐과 글로벌 무역 시장에서 각국의 이익 추구가 심화되고 빈익빈 부익부도 커지면서 덩달아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 역시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구독은 사용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초기 비용의 문턱을 낮추고 언제든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종료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지속적 비용 지출이 부담스럽지만 계속해서 비용을 지출한다는 건 그 콘텐츠에 그만한 가치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니 스스로 설득 가능한 지출이 된다.

 

과거 기업은 신제품을 내놓는 주기가 길었다. 그리고 한 번 내놓은 제품은 다음 버전 출시까지 큰 유지 보수가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일주일 단위로 업데이트 되기도 하고 사용자들의 피드백은 순간 순간 이뤄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을 내포한 일회성 구매보다 안정적 매출을 가져다주는 구독 방식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끊어지던 관계에서 유지하는 관계로의 전환도 기업들이 구독 방식에 공을 들이게 한다. 유지하는 관계에서 학습한 데이터는 다시 제품을 개선하고, 개선된 제품은 다시 구독과 유지로 돈을 흐르게 한다.

 

모든 자산의 구매는 자본이나 부채를 통해 이뤄진다.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들거나 정해진 상황에서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당신은 어떤 자산을 소유하겠다고 결정할 생각인가. 구독 경제에서 우리가 ‘사용료’를 지불하면서 시간으로 구매하는 자산은 거의 대부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치가 하락하는 자산이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은 구독은 목돈 지출과 리스크를 피하는 대신 자산 가치 상승에 따른 잠재적 이익 손실과 인플레이션으로 부터의 위협에 우리 스스로를 노출시킨다.

 

소유하지 않는 것이 세련되고 멋지게 보이는 시대다. 하지만 이는 착시다. 무조건적 구독은 당신을 미래의 소작농으로 만들 것이다. 구독 경제 시대. 역설적이게도 어떤 자산을 소유할 것인가의 선택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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