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 deeplearning.ai의 뉴스레터는 1986년 프레드 브룩(Fred Brooks)의 고전 에세이의 "은총알은 없다(No Silver Bullet)"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한 번 누르면 돌이킬 수 없는 타자기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마음대로 붙여 넣고 잘라내고 복사할 수 있는 텍스트 에디터를 쓰게 됐지만 여전히 쓰는 것은 왜 어려울까 하고 말이죠. 그리고 그건 타자기가 우리가 "진짜 하려는 말"을 생각 속에서 뽑아내는 것과 같이 글을 쓸 때 핵심적이고 가장 어려운 부분은 해결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란 이야기를 합니다. 프로그래밍 도구들도 타자기와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도구가 발전하고 언어가 진화했지만 역시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것 자체는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딥러닝은 타자가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딥러닝 역시 우리가 그것으로 하려는 본질적 질문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답을 주고 해결할 순 없지만 그러한 문제를 풀어갈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복잡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은 이런 필수 불가결하게 발생하는 이 복잡성을 현저히 낮출 수 있는 뭔가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딥러닝이 대신할 수 있는 특성 추출이나 기하 변환 등 지금 딥러닝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여러 장점들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라는 우리의 본질적 질문에 대한 현실적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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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해결하거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문제를 풀어가는 거대한 흐름(flow)에 어려운, 그러니까 시간이 더 걸리거나 효율이 낮거나 아니면 아예 정체되어 있는 것들을 조금씩 해결해 나가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막힌 흐름이 뚫리면 생각의 제약이 사라지고 환경에 변화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텍스트 에디터와 프로그래밍 도구들이 하지 못했던 것을 딥러닝은 할 수 있을까요? 한가지 확실해 보이는 것은 딥러닝이 "무엇을 만들 것인가"와 같이 본질적 질문을 스스로 해결하진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의지를 가진 이의 생각에서 표출되므로 그것이 설사 다른 도구(딥러닝 같은)에 의해 이뤄진다 해도 그것은 이미 '나의 문제'가 아닌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가 문제를 풀어가는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장벽들을 보다 낮게 만드는 데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낮은 장벽은 더 많은 사람들이 각자가 가진 한계를 뛰어 넘도록 도와줍니다. 더 많은 가능성과 기회가 생기고요. 낮은 비용의 실패를 가능하게 만듭니다. 어찌 보면 타자기에서 텍스트 에디터로의 진화가 더 많은 글을 쓰고 퍼지게 한 것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네요. 요즘 투자받는 스타트업을 보면 AI를 한 줄이라도 써야 통과되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주가지수의 보조지표로 활용되는 RSI(Relative Strenth Index)로 표현한다면 과매수(과열) 상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
하지만 주목받는 무언가는 늘 버블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버블은 그 자체로는 가치가 없지만 사람들의 한계 지점이 어디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선 매우 유용합니다. 부정적 전망이 언론을 도배할 땐 가격이 바닥으로 한없이 하락합니다. 그리고 저 아래 어디쯤에서 심리를 확인하는 구간을 줍니다. 버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의심이 확신이 되고, 확신이 욕심이 되는 순간을 넘어 버블을 자라고 터지며 적절 구간을 확인합니다. 마치 손실 함수(loss function)와 비슷하네요. 딥러닝이 버블이냐 아니냐는 별로 중요한 논쟁거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정답도 없고요. 1과 0으로 답을 낼 수 있는 문제 같지만 사실 0.0000000000001%의 확률을 누가 더 많이 가졌냐의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딥러닝이 생산성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지 적정 구간을 확인하는 시기입니다. 과도한 환상도, 극도의 비관도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나의 "무엇을 만들 것인가"라는 생각에 딥러닝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것을 고민하고 붙여보고 실행해보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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