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심상치 않다.
아래 보면 4월 20일 이후로 오늘(2019-04-25)까지 큰 폭의 상승을 보인다. 달러/원 환율이 상승한다는 것은 원화의 가치가 달러 대비해 하락한다는 말이다. 1달러를 사는데 더 많은 원화를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달러로 결제해야하는 원자재 수입같은 기업은 대체로 손해를 보고, 외국에 한국 제품을 갔다 파는 기업은 이익을 본다. 그러나 환율이라는게 기본적으로 그 나라의 체력이기도 하기 때문에 가치 하락은 그만큼 한국의 전망을 안좋게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게 원화가치가 앞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된다면 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외국 투자자들은 투자를 꺼릴 수 밖에 없다. IMF도 그렇고 한국은행도 그렇고 여러 경제연구소에서 내놓는 발표 역시 한국의 성장률을 계속 하향 전망하고 있으니 투자 수익률이 좋아지기 기대하기 어렵고, 달러를 원화로 바꿔 한국에 투자하고 수익을 얻어 다시 달러로 바꿀 때 생기는 환차손도 예상가능하니 뻔히 손해를 보면서 투자할 투자자가 어디있을까?
외환당국이 스무딩 오퍼레이션(환율이 급변할 때 안정을 위해 외환을 조금씩 사고 팔아 환율을 안정시키려는 작업)에 들어갔다는 뉴스가 보이긴 하지만 외환 개입을 지속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만큼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 자칫하다가는 미국에게 환율조작국 지정을 당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환율조작 관찰대상국이다.
기간을 늘려 과거 달러/원 환율 변동 데이터를 보면 삐죽 솟아있는 두 개 봉우리가 보인다. 1997년과 2008년. 맞다. 우리나라 모두가 힘들었던 외환위기 때다. 거시적으로 차트를 보면 현재 환율은 여러 등락 중 하나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일상이 아닌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은행은 작년(2018년) 말 금리를 0.25%인상했다. 그러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은 발표 후 계속 하향 조정 하고 있다. 두 행동이 상반되는데 아마도 부동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시장을 망가뜨려서라도 가격 상승을 막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너무도 강력해서 그 난처한 입장이 이해는 간다. 그렇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한국은행이 지속적으로 정치적 의사결정을 한다면 한국의 투자 매력은 점점 떨어질 것이다. 원화가 글로벌에서 통하는 화폐도 아니고 기업들의 영업이익률도 나빠지고 있는데 불안한 시장 환경까지 조성되면 최악의 3박자가 갖춰지는 것이니 말이다.
이것 저것 복잡하다면 이런 생각을 해보자. 지금 당신이 자산가라면 기업에 호의적이고 달러로 거래하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이 있는 미국에 투자할 것인가.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고 원화로 거래하며 삼성전자, 현대자, LG화학, 포스코가 있는 한국에 투자할 것인가.
4월은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수익을 정산하고 환전, 송금하는 시기라 달러가 일시적으로 비싸졌을 수도 있고, 이란 원유 제제로 유가가 상승하며 지급해야 하는 달러가 늘었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환율 상승으로 수출 위주의 국내 기업이 이익을 볼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수출 기업의 이익은 아직 현실화 된 것도 아니고 확정할 수도 없는 먼 미래의 일이다. 그리고 그런 전망은 국내 경제가 내실있게 성장하고 튼튼할 때 좀 더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요즘처럼 전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된 글로벌 세상에서 그것도 수출 위주의 경제 성장국인 한국의 전망을 별로라고 본다는 건 우리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질 수도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런 전망을 쉽고 빠르고 객관적으로 읽을 수 있는게 달러/원 환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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