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않아도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평생 무상 공급을 받는 것이 시간이다. 모든 인간은 자정을 기점으로 동일하게 24시간을 부여받는다. 마음대로 쓸 수 있지만 이월되지 않는다. 어제 나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소비했는지 기억하는가. 대부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인간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거나 쉽게 획득한 기회는 가볍게 치부한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은 비유가 아니다. 시간은 실제 돈인 것이다. 24시간을 24만 원으로 생각해보자. 한 시간에 1만 원씩 쓰는 것이다. 쓰지 않은 돈은 사라진다. 당신은 이 돈을 어디에 쓰겠는가.
미래는 시간을 무엇과 교환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시간과 돈을 1:1로 교환하면 더 나은 삶을 살 확률이 떨어진다. 평생 같은 시간을 투입해야 현재와 같은 생활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유통기한이 있다. 나에게 귀속된 시간은 죽을 때까지 24시간이지만 가치는 점점 하락한다. 따라서 최소한 현재와 같은 생활을 유지하기 원한다면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부자들은 가진 돈을 자산을 사는데 쓴다. 자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하는 돈의 가치를 헤지(Hedge)하거나 스스로 가치가 늘어난다. 부의 근간은 거기에 있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미래를 알고 싶다면 타로 가게에 갈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에 시간을 투입했는지 봐야 한다. 나는 오늘 무엇과 시간을 바꿨는가. 많은 직장인들이 성과가 아닌 시간과 연동되는 일을 한다. 하루 8시간을 내면 계약된 돈을 준다. 여기서 조금 더 나가야 한다. 시간과 돈을 그대로 바꿔오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내가 성장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런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다면 잘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 적게 넣어도 혹은 많이 넣어도 같은 결과를 가지는 일을 하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한 일이, 그러니까 성과가 돈이나 다른 결과와 연동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면 수 십년 후에는 지금의 두 배가 넘는 시간을 투입해야 지금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생각해보자. 편의점에서 손님이 내민 물건 계산을 매일 10시간 동안 한다면 그건 내 능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시간당 계산된 급여로 교환될 뿐이다. 하루하루 보내는 시간이 앞으로의 나를 만드는데 쓰여야 한다. 성과와 연동된 일을 한다는 것은 불안한 감정을 가지게 만든다. 모든 결정을 스스로 해야 하며 책임도 자기가 진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기약 없는 시간까지 평균 수준 이하의 소득을 올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월급을 마약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성과와 연동되는 일을 한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결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노력한 만큼 성장할 수 있고, 성장은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을 높여준다. 그 과정에서 투입하는 시간은 필시 외롭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성과와 연동된 일이지만 확실한 보장이 있다면 그건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노력 안에서 비로소 확신이 만들어진다.
누구에게나 선택의 순간이 온다. 다만 그 시기가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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