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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금융

네이버 통장을 만들기 전에 알아야 할 것

by rhodia 2020. 6. 18.

얼마 전 네이버가 '네이버 통장'이란 이름의 금융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연 3%의 이자에 최대 3% 포인트 적립까지 해준다고 합니다. 금리만 봐서는 굉장히 큰 혜택으로 보입니다. 네이버가 은행이라도 차린 걸까요? 네이버 통장의 조건과 용어들을 살펴보면서 장단점과 간단한 금융 지식을 배워보겠습니다.

 

네이버 통장으로 재테크하시려는 분을 위한 TN;DR

원금 2천 만원이 있을 때, 네이버 통장은 은행의 1년 정기 예금 수익률의 절반 정도 수준입니다. 돈을 불리고 싶다면 네이버 통장보다는 은행의 1년 정기 예금에 가입하시는 게 좋습니다. 저축은행은 이보다 더 높은 이자 수익을 줍니다. 수시 입출금하고 100만 원 이하의 예금을 할 거라면(100만 원까지만 3%이므로) 1년에 최대 3만 원 이자가 들어옵니다. 한 달에 2,500원 수준입니다. 이것도 네이버 페이 전월 구매실적 10만 원을 채워야 가능하고, 그렇지 않으면 1%이니 1년에 만 원, 한 달에 833원이네요. 하루에 27원.. 이쯤 되면 네이버 통장은 수익률 보고 가입한다는 건 좀 어불성설입니다. 남는 혜택은 네이버 페이 적립인데 네이버 쇼핑이나 뮤직 쪽으로 네이버 생태계에서 네이버 페이를 주로 쓰시는 분은 최대 3%(기본은 1%) 네이버 포인트 적립이 그나마 좀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이런 적립을 원한다면 삼성카드 네이버 페이 taptap을 쓰면 10%를 포인트로 줍니다.) 네이버 통장으로 의미 있는 돈(이자 수익)을 번다는 건 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추천: 어차피 네이버 페이만 쓰고 네이버 쇼핑과 컨텐츠를 많이 소비하는 분

비추: 재테크 좀 해보고 싶고, 이자 수익을 얻기 위해 네이버 통장을 만들려는 분


네이버 통장 Q&A

네이버가 은행을 차린건가요?

아닙니다. 네이버 통장은 네이버가 미래에셋대우와 협력해 출시한 금융 상품입니다. 고객 모집은 네이버가 하고 실제로는 미래에셋대우의 계좌를 만드는 것이지요.

 

'통장'이란 단어를 쓰는 것에 대해 왜 논란이 있나요?

네이버 통장은 우리가 흔히 '통장'하면 떠오르는 '원금이 보장되는 보통예금'이 아닙니다. CMA-RP라는 금융 상품으로 사람들이 입금한 돈을 투자하여 나온 수익의 일부를 돌려주는 것이죠. 투자를 하기 때문에 '네이버 통장'에 입금한 돈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통장이란 단어를 쓰면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하는 의견을 내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통장이라는 단어가 말 그대로 거래 내역을 기록하는 장부를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 될 부분은 없어 보입니다. 네이버도 아래와 같이 유의사항에 분명히 기재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통장 모집 페이지 내 유의사항

 

진짜 연 3% 이자를 주나요?

네, 진짜 연 3% 이자를 줍니다. 100만 원까지만요. 참, 전월 실적 10만 원이 있어야 해요. 처음 네이버 통장 금리를 보고 요즘 시대에 너무 높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금액 상한, 전월 실적 조건이 붙어있었습니다. 이 조건을 모르고 3%라고? 대박이네! 하면서 1,000만 원을 넣으면 100만 원까지만 3% 이자를 주고 나머지는 1%를 줍니다. 1천만 원보다 입금 금액이 커지면 이자는 0.35%까지 떨어집니다. 물론 세전 수익률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세금을 떼면 실제 내가 받을 수 있는 이자는 더 낮아집니다. 이것도 전월 실적 10만 원을 못 채우면 그나마 100만 원에 대해 주던 3%도 못 받습니다. 서울경제에서 2,000만 원을 네이버 통장에 넣었을 때 실제 받을 수 있는 이자를 계산했는데 아래와 같습니다. 

 

네이버 통장과 1년 정기 예금 수익률 비교 (2,000만 원 입금 시)

  이자율(세전) 이자(세후)
네이버통장 (전원실적 10만원 있을 때)
100만원(3%) + 900만원(1%) + 1,000만원(0.55%)
0.775% 155,000원
네이버통장 (전월실적 10만원 없을 때)
1,000만원(1%) + 1,000만원(0.55%)
0.875% 175,000원
1% 이자를 줄 때 200,000원
케이뱅크 1년 정기예금 1.30% 219,960원
머스트삼일저축은행 1년 정기예금 2.22% 375,620원

아래는 위 표의 근거가 되는 금융감독원 고시 은행과 저축은행 세전 이자율 표입니다. 1년 정기 예금 시, (은행이나 저축은행이나) 상위권의 어떤 상품을 선택하더라도 네이버 통장보다 훨씬 수익률이 좋습니다

은행 및 저축은행 1년 정기 예금 금리 및 세후 이자

안전한가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네이버 통장은 '미래에셋대우의 CMA-RP형' 금융 상품입니다. 고객이 입금한 돈을 확정이자를 주는 채권에 투자하여 이자 수익을 주는 것입니다. CMA는 우량한 국공채나 통안채(통화안정채권), 기타 회사채 등을 섞어서 운용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원금이 까지는 일이 생길수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량한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금에 손실을 볼 확률은 상당히 낮습니다. 증권사가 망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가지고 있는 채권을 매도해서 원금 일부 또는 전체를 회수할수도 있고요. 이자에 있어서도 RP형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확정 수익을 보장합니다. 투자가 잘되서 더 주거나, 잘 안되서 마이너스가 나거나 하는 일이 없다는 뜻입니다. 안전하다는 것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예, 아니오로 대답하기 어렵지만 네이버 통장 정도의 원금 손실 확률이면 안전한 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일반 은행 통장과 다르게 네이버 통장은 원금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기초 금융 지식 배워보기

CMA-RP

네이버 통장은 '미래에셋대우의 CMA-RP형' 금융 상품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CMA는 Cash Management Account의 약자입니다. RP는 Purchase Agreement의 약자이고요. CMA는 말 그대로 캐시(현금)를 매니지먼트(관리)하는 계좌라는 뜻이기 때문에 고객이 입금한 돈을 은행처럼 가지고 있다가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투자를 합니다. 이때 정크 등급의 채권이나 주식과 같이 위험 자산에는 투자하지 않고 우량 등급의 채권에 투자를 합니다. 그래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 손실을 볼 확률을 극히 낮습니다.(당연히 위험 자산에 비해 수익률도 낮겠지요?) RP는 환매조건부 채권이라고 불리는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채권을 확정이자까지 얹어서 되사 주는 계약을 맺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채권을 파는 쪽은 급히 돈이 필요할 때 안정적으로 돈을 구할 수 있고, 채권을 사는 쪽은 매도 걱정 없이 확실한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네이버 통장의 구조를 단순하게 보면 고객(돈) -> 네이버(홍보) -> 미래에셋대우(투자, 채권 매수) -> 우량채권주(돈 빌려 씀, 채권 매도)와 같은 식이 되는 것이죠. 약정일이 되면 채권을 판 쪽에서는 약속한 대로 이자도 주고 자기가 판 채권도 다시 사갑니다.

 

CMA에는 RP형, MMF형, MMW형 등이 있지만 돈을 어떻게 운용하냐의 차이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채권

채권은 돈이 필요한 사람이 써주는 차용증으로 보시면 됩니다. 이런 채권을 누가 발행하냐에 따라 국채(국가가 발행), 회사채(회사가 발행), 은행채(은행이 발행)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돈을 빌리는 사람은 채권을 발행하고,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채권을 삽니다. 채권마다 금리가 정해져 있고(이를 쿠폰 금리라고 부릅니다), 주식처럼 샀다 팔았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자 수익과 매매 차익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채권은 주식보다는 안정적인 자산으로 보지만 채권에도 등급이 있어 낮은 등급의 채권은 주식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정크본드

낮은 신용등급이 발행한 채권을 정크본드(Junk bond)라고 부릅니다. 그대로 해석하면 쓰레기 채권인데 주식에서 이야기하는 휴지 조각 이런 것은 아니고 신용 등급이 낮은 주체가 발행한 채권입니다. BBB- 아래 등급을 일컫는 말로 투자부적격으로 분류됩니다. 이런 곳에서 발행하는 채권은 당연히 아무도 안 사려고 하겠지요. 돈을 못 갚을 확률이 높은 친구한테 돈을 안 빌려주려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런데도 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자를 많이 주면 됩니다. 그러면 위험을 감수하려는 사람이 나타납니다. 위험이 높지만 수익도 높기 때문에 하이일드(High Yield) 채권이라고도 부릅니다.


네이버 통장은 누구에게 가장 좋을까요

좀 웃긴 말이지만 개인적으로 네이버 통장은 네이버에게 가장 좋습니다.

 

놀고 있는 금융 자산 확보

어차피 이자 3% 넣어놨어도 입금 금액이 100만 원이 넘어가는 순간 금리는 뚝뚝 떨어지는 구조라 이자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고, 100만원 이하면 어차피 원금이 작기 때문에 이자가 의미가 없습니다.

 

대신 네이버는 많은 사람들이 100만 원씩 넣으면 넣을수록 이 돈을 운용할 수 있는 금융자산이 생깁니다. 스타벅스 카드에도 사람들이 나중에 쓰려고 몇 만원씩 충전해두는데 쌈짓돈처럼 보이는 이 돈의 합계가 2018년 기준 1조 4천 억원을 넘었었습니다. 사람들이 "네이버 통장 금리도 좋고 가입도 쉽대 나도 재테크 좀 해볼까"하고 통장 만들고 100만원 넣는 순간 네이버는 포털이기도 하지만 금융 회사가 되는 겁니다.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거지요. 네이버 파이낸셜은 관련 인터뷰에서 "그동안 금융 이력이 부족해 사각지대에 머물러야 했던 사회초년생, 소상공인, 전업주부 등 금융 소외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서비스로 금융 시장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 그동안 은행이 아우르지 못했던 금융 소비자들을 타겟팅한 만큼 은행과 경쟁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여러 번 읽어봐도 정확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소규모 자금을 모아보려는 노력은 잘 드러납니다.

데이터

네이버는 네이버 통장 가입 시 사람들이 투자 성향 등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또 향후 통장 이용 패턴 등의 데이터를 통해 보험, 예적금, 투자 상품 등을 추천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기존 금융 회사들에 의해 소극적으로 수집되던 이런 데이터들이 테크 회사들에 의해 적극적으로 수집되면 그 파급력은 매우 커지게 됩니다. 카카오 뱅크나 토스 등 많은 회사들이 여기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네이버 생태계 락인

네이버 통장은 기존 네이버 콘텐츠 소비에 보다 쉽게 결제할 수 있게 하고, 기왕이면 적립되는 서비스를 쓰자 하는 식으로 사용자를 네이버 생태계에 가두는 좋은 수단이 됩니다. 얼마 전 음악도 듣고 쇼핑도 하고 만화도 보는 네이버 멤버십이 월 4,900원에 출시되었습니다. 네이버 뮤직인 바이브는 월 300회 재생 가능합니다.(벅스도 천 원 더 내면 친구 1명을 월 300회 음원 재생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했지요) 네이버 쇼핑은 국내 쇼핑 결제 1위 사이트입니다. 네이버 웹툰은 압도적 시장 지배자이고요.

 

이름도 '미래에셋대우 CMA-RP형 투자 상품'보다는 '네이버 통장'이 훨씬 쉽고 간단해 보입니다. 좀 False advertising 느낌도 있지만 마케팅도 상당히 괜찮게 나온 것 같습니다. 네이버가 이번 네이버 통장 가입자를 많이 늘릴수록 많은 유관 사업들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이버 멤버십과 통장 가입자 추이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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