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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리디북스 페이퍼… 살까 말까?

by rhodia 2019. 9. 25.

나는 전자책 단말기에 참 관심이 많다. 전자책을 읽기 위해 아이패드도 써보고, 아이패드 미니도 써봤다. 몇 년 전엔 큰 마음먹고 ‘크레마 샤인’이라는 전자책 단말기를 사기도 했다. 책 읽는 시간보다 단말에 쓰는 시간이 더 많다는 걸 깨달은 다음부터 다시 종이책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전 리디북스 페이퍼(300 PPI)를 다시 구매했다.

 

종이책과 같이 휘리릭 넘기며 볼 수도 없고, 다양한 분야의 여러 권의 책이 책꽂이에서 만들어내는 인사이트도 얻을 수 없지만 전자책 단말로 보는 전자책을 포기할 수 없는 건 책 가격에 대한 부담이 제일 큰 역할을 한다. 요즘은 1인 출판 시대라는 말처럼 수많은 책이 쏟아진다. 예전 ‘책’에 대한 이미지가 ‘지식과 생각의 정수를 뽑아낸 결정체’ 였다면 요즘은 스펙 마련과 반짝 돈벌이 수단이 더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고르기 어려워졌고, 실패할 확률도 높아졌다. 중고서점이 재매입을 해 준다곤 하지만 이런 ‘실패한 책’들은 재고 초과로 매입 불가이거나, 1~2천 원 정도이니 시간 버리고 돈도 버린 셈이다. 결국 정가에 10%로 할인된 가격으로 산 후, 중고서적으로 팔아도 전자책 가격보다 비싸니 확신이 없는 책은 전자책으로 사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두고두고 볼 책은 종이책으로 산다.

 

불과 6개월 만에 팔아버린 크레마 샤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한참을 고민하다 리디북스 페이퍼를 샀다. 제품을 받고 약 2주 정도 썼는데, 만족스럽다. 여러 전자책 단말을 많이 써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크레마 샤인과 비교했을 때 큰 발전을 보였는데 그에 대한 짤막한 후기를 남겨 책을 사랑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참고가 되고자 한다. 물론 크레마 시리즈는 현재 카르타라는 버전으로 샤인보다 더 발전된 단말을 선보였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yes24나 알라딘 중고서점에 방문해 직접 만져보는 것도 좋겠다.

 


아이패드 미니(레티나) vs 크레마 샤인 vs 리디북스 페이퍼

편안한 책 읽기

리디북스 페이퍼가 가장 좋다. 아이패드는 픽셀 하나하나가 직접 빛나면서 안 그래도 오랫동안 모니터를 보는 내게 너무 큰 부담이 되었다.(아래 이미지 참조) 거기다 액정까지 주변 형광들에 번쩍번쩍 빛나니 책 읽기는 영.. 크레마 샤인은 잔상과 리프레시가 영 거슬렸다. 그래도 못쓸 정도는 아니었는데, 팔아버려야지 했던 이유는 따로 있다.

 

전자책 단말과 테블릿의 발광 방식 비교

밑줄 치기

크레마 샤인으로 밑줄 치고 싶은 곳에 줄을 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터치가 너무 엉망이라 밑줄을 칠 수가 없으니 필요한 부분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놓곤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집중해서 책 읽기는 거의 불가능. 리디북스 페이퍼는 그때에 비하면 훌륭하다. 원하는 곳에 밑줄 치기, 리디북스 페이퍼로는 가능하더라.

촉감

크레마 샤인의 액정은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형태로 디자인되어있다. 거기에 액정을 만지면 모레처럼 약간 서걱서걱하는 느낌이 드니 계속 만지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리디북스 페이퍼는 그런 느낌 없이 매끈하다. 액정도 배젤과 같은 높이로 평평하게 디자인되어 있어 훨씬 나은 그립감을 준다.

가격

리디북스 페이퍼는 300 PPI가 149,000원, 212 PPI가 89,000원이다. 300 PPI 기준으로 중고나라에서 12만 원 이하로 물건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정도면 크레마 샤인에 이어 다시 전자책 단말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크게 손해보지 않겠다 싶었다. 시장이 결정한 가격은 거짓말하는 법이 별로 없다.

 


참 괜찮은 전자책 단말을 가지게 된 것 같아 고맙고 행복하다. 몇 가지 아쉬운 점과 주의(?)할 점이 있다. 미리 알고 구매 결정을 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액정이 배젤 높이와 같아 전면이 평평하다 보니 케이스나 필름 없이 가방에 넣고 다니면 흠집 나 액정 긁힘이 발생한다. 케이스가 훌륭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케이스가 무거워 책 읽기를 방해한다는 분도 있었는데 적어도 나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떨어뜨리지 않고 단단히 잡을 수 있게 되어 더 편했다.

 

고광택 올레포픽 필름을 붙였다가 눈물을 머금고 이틀 만에 떼었다. 확실히 글자 선명도는 올라간 것처럼 보였지만 반사로 인한 번쩍 거림 때문에 눈이 아프고 신경이 분산됐다. (필름이 두 종류가 있는데 나는 고광택을 구매했다. 지문방지 필름은 아마 빛 투과를 떨어뜨려 글자 가독성을 해칠 것이다.) 현재는 케이스는 끼고, 필름은 뗀 상태로 쓰고 있다. 아래는 두 경우의 비교 사진. 필름을 때었다가 비교 사진을 찍으려고 급히 다시 붙였다.

 

아이패드 홈 버튼과 같은 위치에 버튼이 하나 있는데 의외로 자주 터치가 돼서 원치 않는 동작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직까지 유일하게 불편한 점 하나.

 

여기를 누르면 리디북스 페이퍼 웹페이지를 방문할 수 있다. 프런트엔드 웹사이트 디자인을 보고 잘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데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크롤 한 번 할 때마다 단말기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고, 영업 사원이 내 옆에 있는 듯한 설득력이 있었는데, 프런트엔드 디자인이란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싶었다.

 

책 읽기가 더 행복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출시 이벤트 때 사둘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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