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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사십이 되기 전

by 마켓펀치 2019.09.26

부끄러운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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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축제의 군중 속에서 함께 동화되지 못하고 스스로가 외딴섬처럼 느껴질 때.

아이들이 태어나고 학부모가 되기 시작하던 때.

다들 뭘 먹고사나 싶은, 막막함이 가끔 가슴 한 구석을 턱 막을 때.

면접시험 때문일까, 몸이 먼저 반응하는 단점도 장점으로 포장하기 스킬이 몸에 베여 온전한 내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나기 두려울 때.

나는 어떤 남편일까, 정답이 있지만 가까이 가지 못하는 나를 자주 발견할 때.

아이들의 말 한마디에 가끔 상처받을 때.

정말 드물게 엄마 목소리를 듣고 싶을 때가 있지만 큰일 난 줄 알까 봐 전화하지 못할 때.

“거봐”라는 지레짐작이 현실이 될까 봐 두려울 때.

돌아가긴 너무 멀고, 달려가긴 불안할 때.

아직 어른이 아닌 것 같은데 어른답게 행동해야 할 때.

내가 제일 싫어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볼 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나약해 보일까 봐 걱정될 때.

그렇게 자기감정에서 점점 더 멀어질 때.

 


삼십 대의 일 년은, 즐거움은 너무 빨리 스쳐가 그 기쁨조차 만끽하기 어렵고, 현실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끝내 깨쳐야 하는 의무감이 맴돈다. 하루하루는 만지기만 해도 닳아 없어질 것 같은 아이들과 가만히 잠든 모습을 지켜 보기만 해도 고마운 아내가 만드는 기쁨으로 가득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모순으로 가득한 일상은 정월대보름 소원 빌 때 나와 가족과 부모님과 친구들과 무수히 많은 이들의 행복과 영원이 떠올라 결국 흐지부지 되고야 마는 것이다. 퇴근길의 바쁜 걸음 사이에서 불쑥 나타나는 호객 행위와 노상 좌판의 외침이 그저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 나는 그만큼 열심히 오늘을 살았나 깨달음을 주는 선생님 같이 느껴지는, 삼십 대의 어느 날은 가끔 그런 것이다.

 

부모님께도 썩 좋은 자식이 아니고, 생각만큼 좋은 남편도 아닌데, 친구 같은 아빠도 아닌 것 같을 때. 앞으로도 뒤로도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지금 여기에서 답을 찾아야 하지만 애초에 문제는 없었음을 알아챘을 때, 무엇이 중요한지, 정해진 길이 있는지 가끔 나 조차도 확신이 없는데 아이들의 초롱한 눈망울을 바라볼 때. 나는 어른인가 가끔 의문스러울 때.

 


이 짧은 글을 쓰는 동안에도 자꾸 파리가 팔 위에 앉는다. 쫒아 버리고 싶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다. 유재하의 노래가 나오고 있다. 해가 지기 전에 이 고백이 단 한 사람의 누군가에 나마 위로가 된다면 정말로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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