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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긴 여름날의 끝

by 마켓펀치 2019.09.26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이 지났다. 찬바람이 불고 몸에 한기가 느껴진다.
갑자기 그랬다.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연꽃단지에서 만난 가을 연잎은 그 치열했던 순간들을 고스란히 담았다. 처음엔 쭉쭉 뻗다가 기세 좋게 올라선 연대는 축 늘어진 연잎을 겨우 떠받치고 밑에서 다시 얽히고설켰다. 아무도 이 난감한 상황을 정리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한 해를 정리하기엔 너무 이르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할 수 있는 게 별로 남아있지도 않다. 반대편에선 연근 수확이 한창이다. 유일하게 생기가 돌며 분주하다. 누구라도 치열했던 흔적 뒤엔 연근과 같이 스스로의 결실이 있기 마련인가 보다. 그러니 섣불리 누구를 안타까워하거나, 슬퍼하거나, 위로하지 말자. 다만 스스로의 일 년에서 몇 개의 단어를 추려 감정을 다듬고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면 그뿐이다. 고달픈 인생은 타인의 시선에서만 비롯되는지도 모른다.

 

이 가을을 끝엔 구름과 분홍꽃도 있다. 누구는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 올랐다. 아마 무척 아쉬울 것이다. 누구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저 분홍꽃만큼이나 또 들여다보고 싶은 시간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일 년을 순회하는 계절에서 겨울이 꼭 마지막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 싶기도 하다. 내일은 긴 명절 연휴를 마치고 오랜만에 출근하는 월요일이다. 새로운 시작은 늘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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