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종영한 <미스터션샤인>에서 펜싱 연습을 하던 쿠도 히나(김민정)에게 그의 선생님 레오는 이렇게 말한다.
히나, 오늘 왜 이렇게 공격적이야?
그러자 쿠도 히나는 이렇게 맞장구친다.
내가 펜싱을 왜 좋아하는지 알아?
급소를 노려 찌르고 짧고 정확하게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어서야
그리고 그의 선생님 레오는 흥분해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쿠도 히나에게 이런 충고를 한다.
맞아, 그렇지만 상대도 너랑 같은 칼을 들었단 걸 알아야지.
네가 거칠고 흐트러질수록 네 빈틈 또한 드러나는 거야
우아함을 잃지 마.
이들의 대화는 짧지만 큰 교훈을 준다. 우리는 일상에서 위급한 순간이나 혹은 절호의 찬스라는 생각이 들 때 흥분한다. 상대를 긴장시키고 위협하며 내가 더 강하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하는 행동들은 위 장면의 쿠도 히나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당장은 속도 시원하고 우위에 선 감정을 받는다. 내가 휘두른 날카로운 칼날이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는 것도 같다. 통쾌한 감정까지 든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레오의 말처럼 상대도 같은 칼을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쿠도 히나의 흥분한 모습은 이 펜싱 연습 장면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녀는 늘 우아함을 잃지 않으며 그 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해 나갔다. 함께 등장했던 유진 초이와 김희성, 그리고 구동매의 대화와 행동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이 나눴던 말과 행동들은 절제 절명의 순간에 각자가 가진 우아함을 어떻게 잃지 않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은 위기의 순간에서 그들을 구해냈다.
우아함은 허세와 다르다. 막 내 목을 향해 달려드는 칼날이 번쩍이더라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면 살아날 방법은 있다. 우아함은 나의 약점과 불안을 드러내지 않고 상대의 빈틈을 찾아낼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자 스스로를 비추는 차가운 거울이다.
몹시 화가나는 일이 있다면 상대도 당신과 같은 칼을 들었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
위기의 순간일수록 우아함은 당신을 살릴 것이다.
이 글은 브런치에서 이곳으로 블로그를 이사하면서 옮겨진 글이며 2018년 10월 4일 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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