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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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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hodia 2020. 2. 6.

20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인터넷 포털은 며칠 째 바이러스 뉴스로 한가득이다. 확진자가 추가될수록 공포도 커진다. 지하철, 버스, 거리에도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정류장에 버스가 이미 와 있다. 열심히 뛰어 버스에 올랐다. 헐떡임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숨을 꽉 막고 있는 마스크 때문이다. 심장이 뛰는 횟수를 셀 수 있을 정도로 쿵쾅댄다. 버스 안과 밖의 기온차 때문인지 뿌옇게 변한 안경이 답답하고 좀 부끄러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좀 있으면 괜찮아지겠지.."

 

얼마나 지났을까. 몇 정거장이 지나도록 안경의 김서림이 가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처음엔 여기저기 윤곽 정도는 보였는데 몰아 쉰 숨 때문인지 창 밖 풍경도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닦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러는 사이 쓱 쓱 스쳐가는 가로등 빛이 느껴진다. 가로등이 김서림을 지나 몇 가지 색의 빛 번짐을 만들어 내고 있다. 완벽하게 김이 서린 안경을 쓰고 그런 광경을 무력하게 보고 있지나 갑자기 꿈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반딧불이 몇 마리가 주변을 휘휘 날다 이내 사라진다. 온통 하얀 세상에 반딧불이와 나, 둘 뿐이다. 

 

버스를 타기 전 미용실 청소를 마치고 대걸레를 들고 있던 사장님의 모습이 생각난다. 손님도 없고 행인도 뜸한데 마스크를 쓰고 있다. 옆의 아이스크림 가게 점원도 마스크를 쓰고 각자 할 일을 하고 있다. 지하철 게이트는 통과할 때 마다 넉넉히 남은 손세정제를 만날 수 있고, 도넛 가게의 도넛은 상당수 비닐이 씌워져 있다. 모두 기특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서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잘 해내고 있는 우리에게 등을 쓸어주며 격려해주고 싶다.

 

입춘이 시작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강추위가 몰아쳤다. 그래도 견딜만하다. 아무리 추워도 따뜻한 햇볕마저 없앨 순 없다. 지금은 얼어있지만 곧 녹을 강물 가장자리의 얼음에게도 말을 걸어 본다. 다 괜찮다고.. 올해 봄은 더 찬란했으면 좋겠다. 함께 견뎌낸 두려움과 외로움을 하늘에 날리고 눈빛으로 안아주고 싶다. 서로에게 더 많이 위로받는 그런 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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