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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와 장면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by rhodia 2020. 3. 27.

<이태원 클라쓰> 1화, 박새로이는 재벌 2세 장근원이 같은 반 친구를 괴롭히는 모습을 보고 말리다 장근원에게 주먹질을 하게 된다. 그리고 양쪽 아버지가 학교에 불려 온다. 재벌 회장인 장대희는 박새로이, 그리고 그의 아버지이자 자신 회사 직원인 박성열에게 말한다. 사과하고 무릎 꿇으면 용서하겠다고. 

 

박새로이:
잘못했습니다. 벌받아야죠.
하지만 장근원에 대한 사과는 할 수 없습니다. 하나도 안 미안하거든요.

장대희(장근원 아버지):
퇴학을 당하더라도 무릎을 못 꿇는다?

박새로이:
그게 제 소신이고 저의 아버지 가르침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장대희:
하아, 피곤하게 됐구먼. 이렇게 되면 나도 어쩔 수가 없겠는데.
박 부장 자네 생각은 어때? 왜 가만히 있어.

박성열(박새로이 아버지):
세상을 사는 법을 모르는 철부지입니다. 어떻게 저한테 이런 아들이 나왔는지..
멋지네요.
지 소신대로 행동한다 했고 책임도 진다 했으니..  참..
제가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은 없겠습니다. 회장님

 

소신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무섭고 고독한 것이다.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가정은 그로 인한 후폭풍을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남들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무한의 공포를 불러온다. 포지션이 클수록 결단을 내리기도 어렵다. 자기가 선택한 목에 가게를 차리고 원상복구비도 건지지 못할 가능성도 있고, 트레이더는 계좌가 녹아버리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몇 년을 투자한 고시 공부가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며 고시원 방을 털고 나와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신을 선택하고 결과를 감내하려는 선택은 삶의 행복과 기쁨이 진정 거기서 나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모멘텀을 따르면 자신의 감이 어느 정도 감각을 지녔는지에 따라 승률이 갈린다. 대게 50% 안팎에서 승률이 결정된다. 억세게 운 좋게도 매순간 거의 이기는 경우도 크게 한 두 번 지면 대부분을 잃는다. 안타깝게도 극소수를 빼고 그런 감을 찾기 전에 빈털터리가 된다. 소신을 가진다는 건 추세보다 자신의 원칙을 믿는 것이다. 스스로의 기준을 두고 시간을 빌어 미세 조정해가는 것이다. 오늘 하루가 의미가 있으려면 휘발되지 않고 누적되어야 한다. 그런 삶만이 원칙을 갈고닦을 수 있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하는가. 나는 그럴 수 있을까. 너무 많은 예외를 두지 않는가. 나는 감내할 수 있는가. 나의 에너지는 어느 정도인가. 나는 어떤 인간인가. 


그렇게 박새로이는 퇴학을, 박성열은 퇴사를 맞는다. 그리고 한 선술집에서 소주 한 병을 두고 서로를 본다. 그리고 소주 한 잔을 따라 아들에게 예를 갖춰 따르고 마시는 법을 말해준다. 그리고 아들에게 묻는다.

 

박성열(아버지):
술맛이 어떠냐.

박새로이(아들):
달아요.

박성열:
(웃으면서) 오늘 하루가 인상적이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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