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세이

엄마가 딸에게

by 마켓펀치 2019. 9. 25.

양희은의 목소리로 듣는 내 마음속 이야기

 

난 잠시 눈을 붙인 줄만 알았는데 벌써 늙어 있었고
넌 항상 어린아이일 줄만 알았는데 벌써 어른이 다 되었고

난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너에게 해줄 말이 없지만
네가 좀 더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마음에 내 가슴속을 뒤져 할 말을 찾지

– <엄마가 딸에게> 가사 중에서 –

도대체 내 맘을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를 매섭게 밀어내고 소리를 지르던 사춘기 시절의 기억이 거의 잊혀질 무렵 이 노래를 들었다. 응어리로 담아 둔 십 대의 ‘나’와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나’를 삼자대면하듯 쏟아낸 가사에서 그만 눈물이 나고 말았다. 엄마도, 그 시절의 나도, 서로 같은 말을 하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답답함에 가슴을 치던 시절들이 이제야 사실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면 너무 늦은 걸까.

 

자고 있는 아들의 몸을 만져 볼 때가 있다. 도대체 언제 이렇게 큰 걸까..


덮은 이불 밑으로 삐죽 나온 발을 보고 있으면 “내 아들이구나”라는 사실보다 “내가 아버지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아이가 말을 할 줄 알게 되고 의사소통이란 것이 될 때쯤 웅크리고 있던 서운함과 내 아집도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나도 가사 속의 엄마가 하던 이야기를 가끔 아들에게 하고 있진 않은지 두렵다. ‘위함’을 빙자한 ‘자기만족’으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면 어쩌나. 아이가 만져보기도 전에 윤곽을 알려 주려는 얄팍함이면 어쩌나.

 

가사 중 엄마와 딸의 대화를 듣다 한참을 생각하게 했던 부분이 있다. “공부해라”라고 말하는 엄마의 목소리에 “그게 중요한 건 나도 알아”라고 반말로 외치는 딸, 아이의 답답함이 가시기도 전에 “성실해라”라고 이어서 붙이는 엄마의 말에  “나도 애쓰고 있잖아요” 답하는 아이의 갑작스런 존댓말. 가시 돋친 마음과 “날 좀 바라봐 줘” 하는 절실함이 뒤섞인 마음을 어쩜 이리 잘 표현했을까.

“너의 삶을 살아라”
“나의 삶을 살게요”

사실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같을 것이다. 멀리서 뒤돌아 본 인생은 A4용지 하나에 채우기도 어려울 만큼 짧아 보이지만 삶이 어찌 그러기만 하겠는가. 가까이 들여다본 하루는 너무 촘촘한 생각과 사건들로 일일이 짚어 내기 어렵고 서로 다른 맥락 안에서 무심히 뱉은 단어는 수 천 개의 의미로 오해를 만든다.

 

아직 삶에 대해 잘 모른다는 엄마의 고백이 남일 같지 않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