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일 자로 연합뉴스 등 여러 신문사에서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하여 “대형마트 많을수록 장바구니 물가도 싸진다.”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이런 식의 기사는 특정 언론에서 취재하여 보도했다기 보단 여론 형성을 위해 특정 집단에서 언론사에 송고하여 게시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언론이 기사의 시작이 아닌 유통 채널이 되어가는 모습은 안타깝고 우려스렵다.) 원 보고서를 보고 싶어 한국경제연구원에서 검색해 보았지만 아직 업로드되지 않은 것인지 찾을 수 없었다.
기사의 내용은 ‘대형마트가 입점해있는 지역이 없는 지역보다 장바구니 물가가 낮기 때문에 대형마트가 경쟁업체의 가격경쟁을 유도해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므로 대형마트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가격이 내려가는 건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본적이 원리다. 그런데 대형마트 규제 완화로 결론을 맺으니 과연 ‘한국경제연구원’이란 경제 전문 연구소에서 내놓은 보고서가 맞나 싶다. 이런 가격 차이가 지역의 현금흐름과 고용지표 악화를 감내할만한 경제적 이득이 있는가 역시 궁금하다.
실제 보고서가 어떻게 꾸며져 있는지 모르겠지만 문제를 올바른 방향으로 해석하여 풀어내는 결론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보고서가 그렇지 못하다면 언론이라도 그 역할을 해야 하지만 가끔 내놓는 전국경제인연합회나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등의 조사 자료와 그것을 이용한 기사를 보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이번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를 받아 쓴 이번 기사는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세계은행이나 IMF가 개발도상국을 대하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호화스러운 백화점 1층의 명품관을 가면 환한 불빛에 잘 차려입은 직원들의 모습에 압도되지만 사실 그들 중 일부는 최저 임근 근처의 삶을 살고 있다. 대형마트가 고용률을 높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고 한다. 천만에, 그건 경제적 슬럼화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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