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버스를 타다 보면 으레 나오는 트로트 대신 귀에 익은 음악이 나올 때가 많았다. 타이밍 좋게 라디오에서 나오는 것이겠거나 했는데 그 횟수가 늘어나다 보니 그 영문이 뭔지 궁금증이 생겼다.
“요즘 라디오에서 복고 열풍이라도 부는 것인가..?”
주로 내가 타는 구간의 길이는 대여섯 정거장 정도인데 대부분 목소리는 없고 노래만 나왔다. 가만히 룸미러에 비친 버스기사 아저씨의 얼굴을 보았다.
“참 앳되었다.”
어느새 버스기사 아저씨마저 이렇게 되었구나. 슈퍼 아저씨도, 출퇴근 직장인도 모두 모두 내 친구들이었구나. 군인 아저씨가 그랬다. 아저씨였다가, 형이었다가, 친구였다가, 동생이었다가, 아이들이 되었다. 제대를 하고 예비군이 되고 민방위가 되면서 그런 생각들을 해 본 지 오래였는데, 버스를 타면서 다시금 생각이 났다.
“세월이 참 많이 흘렀구나.”
“……”
점심시간 여린 학생들의 하굣길을 볼 때, 요즘 부쩍 커버린 아들의 또랑또랑 한 인사를 받을 때,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번갈아 볼 때의 어색함과 약간의 신기함이 이들과 무관하지 않았다.
“엄마, 아빠도 이랬겠지..”
약간 이른 아침에 버스를 탄 적이 있었다. 몇 자리 앉아 있는 사람도 없이 버스는 출발했다. 엔진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때 앞에 앉아있던 사람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길을 걸었지 누군가 옆에 있다고 느꼈을 때
나는 알아버렸네 이미 그대 떠난 후라는 걸
나는 혼자 걷고 있던 거지 갑자기 바람이
차가워지네마음은 얼고 나는 그곳에 서서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지
마치 얼어버린 사람처럼 나는 놀라서 있던 거지
달빛이 숨어 흐느끼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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