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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스마트폰과 신호등

by rhodia 2019. 9. 25.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

기다리는 사람들

요즘 횡단보도에 서 있으면 스마트폰을 보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흔하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엔 차동차용 신호등을 보거나 노점의 모습을 보거나 우리의 모습을 두리번거렸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횡단보도 앞의 우리는 무리 지어 있지만 완벽히 홀로 떨어져 나온 섬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트리거가 되어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여전히 길은 잘 건너는 듯했다. 다른 사람들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보고 있어도 옆사람들이 움직일 때 나도 같이 움직이면 되었다. 그러면 어김없이 초록 신호가 보였다. 이 시스템이 가끔 오동작하는 건 무리를 이루는 수가 적을 때다. 이때, 어떤 이들은 초록 신호가 다 끝나도록 거기 그대로 있었고 가끔 옆사람의 움직임을 잘못 보고 건너려다 멈칫하기도 했다.

마치 횡단보도에 도착하면 처음 보는 누군가에게 갈고리 하나를 걸쳐두는 것 같았다. 이렇게 생전 처음 보는 사람끼리 횡단이라는 같은 목적을 가지고 서로를 얽히고설켰다. 그리고 곧 깔끔하게 걸쳤던 줄을 끊고 헤어지는 일을 반복했다.

자화상

현대 사회에선 서로가 굳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암묵적으로 있는 듯했다. 모든 것은 내가 알아서 하는 것이며, 주는 눈길은 욕설이 되어 날아오기 일수였다. 가는 길이 조금이라도 채이면 얼굴이 붉어졌고, 문을 열고 창을 여는 것이 불안함이 되었고 두려움으로 변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스스로가 섬이 되었지만, 떨어져 나오려 노력할수록 서로에게 더 의존적이 되었다는 건 아이러니였다. 오늘도 횡단보도의 고개 숙인 군중들은 서로의 눈을 빌어 세상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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