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카카오 알림톡’ 유감

by rhodia 2019. 9. 26.

카카오톡으로 오는 수상한 메시지

 

얼마 전 부터 카카오톡으로 이상한 메시지가 오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친구도 등록한 플러스 친구(기업용 계정)도 아닌데 말이다. 찾아보니 ‘카카오 알림톡’이란 서비스라고 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나는 카카오톡에게 나의 개인정보를 배송업체에게 위탁하겠다는 동의를 한 적이 없다. 당연히 메시지 수신 동의도 한 적이 없다. 그런데 느닷없이 배송업체로 부터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무엇이 문제일까? 무엇이 문제이긴 한 걸까? 내가 생각하는 카카오 알림톡이 ‘나쁜’ 이유는 이렇다.

 

1. 개인정보 불법(?) 사용

위에서도 언급했듯 나는 카카오에게 위탁한 내 정보를 배송이나 각종 서비스 기업에게 제공하겠다는 동의를 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는 기존 문자 메시지 서비스를 사용했던 기업에 접근해 건당 요금이 저렴한 ‘카카오 알림톡’을 사용하도록 영업 후 이득을 챙겼다. 정작 수신 대상에게는 어떤 사전 동의도 하지 않은 채 말이다. 카카오는 합법적으로 내 개인정보를 팔아 이익을 남겼다.

 

2. 치사한(?) 수신 동의 방식 채택

카카오는 알림톡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사람들에게 알림톡 수신 여부를 사전에 동의받지 않았다. 대신 선발송 후차단 기법을 썼다. 혹시 옵트-인(Opt-In), 옵트-아웃(Opt-Out)이라고 들어 보았는지. 몇 년 전, 광고성 문자나 전화를 할 때 ‘옵트-인’ 방식을 쓰도록 할지, ‘옵트-아웃’ 방식을 쓰도록 할지에 대한 논의가 한창 있었다. 업계에서는 거부의사가 없으면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옵트-아웃’ 방식을 선호하며 주장했지만 결국 원하는 사람만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옵트-인’ 방식으로 결정이 났었다.

 

사실 카카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전에 친구로부터 게임 초대 알림을 지겹도록 받은 경험이 있지 않나? 카카오는 이 때도 무작위로 게임 메시지를 보내는 구조를 만들어 장사를 하다가, 항의가 심해지자 ‘알림 안받기’라는 ‘옵트아웃’ 옵션을 넣었다. 내가 왜 동의도 하지 않은 게임 알림을 일일이 들어가서 ‘알림 안받기’를 눌러줘야 했는지 궁금하지 않았나? 카카오는 그때랑 동일한 수법을 알림톡 서비스에 써먹고 있다.

  • 옵트-인: 사전에 동의한 사람 빼고 모두 거부한 것으로 간주
  • 옵트-아웃: 모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고 거부하는 사람만 제외

카카오는 옵트-아웃 방식을 선택하면서 종래 일반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이용하던 기업에게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며 영업을 했고, 계약을 따낼 때 ‘옵트-아웃’ 방식은 서비스 론칭 성공에 절대적이었을 것이다.

 

3. 부당(?) 거래

2번에서 이야기한 옵트-아웃 방식 덕택에 카카오는 전국민을 수신 대상에 포함시켰고, 알림톡 서비스를 기업과 계약하면서 돈을 벌었다. 또, 한 명 한 명 알림톡 수신 동의를 받아 내려면 – 다른 기업들이 그러했듯 – 어마 어마한 마케팅 비용과 신규고객획득비용(CAC)를 지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는 사실 상 거의 한 푼도 지불하지 않았다. 카카오는 알림톡으로 돈을 벌고, 문자를 발송했던 기업은 상당한 비용을 절감했다. 카카오 알림톡 덕분에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

 

4. 내 데이터 내놔

에너지 보존 법칙처럼 거래에서는 이득을 보는 이가 있으면 손해를 보는 이가 있기 마련이다. 카카오 알림톡은 카카오와 알림톡을 쓰는 기업은 돈을 벌고, 카카오톡 이용자가 유/무형의 비용을 매꾸는 구조다. 2번에서 이야기했듯 카카오는 알림톡 영업에서 옵트-아웃 방식을 쓰면서 사용자들을 이용해 무형의 1차 이득을 챙겼다. 그리고 메시지와 통신사에 따라 건당 1.25~25원이 발생하는 데이터 비용을 카카오톡 사용자에게 지불하도록 했다. 여기서 발생한 이득은 카카오와 알림톡 발송업체에게 돌아갔다.

 

이 규모가 지난 해 기준 한해 약 850억 건의 문자 메시지가 발송된다고 추정 했을 때 연간 1,062억에서 2조 1,25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 돈은 어디선가 생겨난 것이 아니고, 모두 카카오톡 사용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참고기사: ‘알림톡 비용 부담 논란’ 방통위, 카카오톡 조사)

 


그래서?

카카오 알림톡 문제를 통해 다같이 생각해봤으면 하는 것은 이런 시스템이 돌아가는, 그러니까 합법적 선에서 암묵적 동의와 방관을 통해 명백한 손해 당사자를 짚어 내기도, 책임자를 추궁하기도 어려운 이런 지저분한 구조를 만든 카카오의 ‘태도’다. 우선 사용자는 이런 알림톡을 받으면 이게 내 손해인지, 아닌지 생각조차도 하기 힘들다. 거기에 이런 동의하지 않은 알림톡을 보낸 회사에 항의를 해야 하는지? 보내는 시스템을 만든 회사에 항의를 해야 하는지도 햇갈린다. 정작 이 구조로 이득을 챙기는 카카오는 [카카오] – [알림톡 이용업체] – [카카오톡 사용자]로 중간에 알림톡 발송업체가 끼어 있게 되면서 카카오톡 이용자와 직접 부딪히는 일이 없어지는 모양새가 되었다.

 

알고 있다. 카카오는 불법을 저지르지도 않았고, 부당한 이득을 챙기지도 않았고 치사하다고 말하기엔 근거가 너무 주관적이다. 이런 사실들은 여러 차례 카카오 법무팀이 언론을 통해 인터뷰한 내용이 보도되면서 카카오의 결백을 증명해 주었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사용자들은 카카오가 이러한 태도와 지저분한 구조로 챙긴 이득을 다른 곳에서 보상받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카카오 알림톡은 옵트-아웃 방식을 쓰며 고객 유치 비용을 아꼈지만 나는 다른 버스, 지하철, 네비 카카오 서비스를 지웠다. 앞으로 론칭할 다른 서비스에도 더 큰 고객 유치 비용을 써야 할 것이다.

 

예전에 무료 프로그램 설치 화면 구석에 조그만 체크 박스를 (기본값으로) 체크된 상태로 두어 이상한 프로그램이 함께 설치됐던 불쾌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나의 부주의만 아니었어도 그런 불쾌한 경험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행동을 이끌고, 나쁜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을 온전히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 나는 카카오가 더 나은 의사결정으로 훌륭한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 글은 브런치에서 이곳으로 블로그를 이사하면서 옮겨진 글이며 2017년 1월 18일 쓰였습니다. 아래는 브런치에서 이곳으로 블로그를 옮기면서 댓글이 삭제되는 것이 아쉬워 옮겨온 것입니다.


  • 최규문Mar 04. 2019어쩐지.. 그렇게 깊은 사연이 깔려 있었군요…^^ 고맙습니다… 공유합니다…신고삭제
  • 이소영님Apr 18. 2019카카오주체로 카카오에 위탁한 개인정보를 쓰는것이 아니라
    쇼핑이나 서비스업체에서 알고있는 고객 전화번호를 이용해 카카오에 전송요청 하는 방식입니다.
    메시지 전달 매체가 통신사의 SMS/LMS 가 아니라 카카오의 알림톡 으로 변경 되었다고 보면 됩니다.

    주체를 쇼핑등의 서비스 업체에 회원 가입할 때, 배송알림을 위한 SMS/알림톡 알림에 동의 받는 쪽으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 로디아Apr 18. 2019@이소영님 맞습니다. 알림톡은 카카오와 계약한 쇼핑이나 서비스 업체가 카카오로 전송할 메시지를 보내면, 카카오는 해당 사용자가 카카오톡을 쓰는지 여부를 사용자가 카카오에 가입할 때 제공한 개인정보를 활용하여 확인한 후 있으면 카카오톡으로, 없으면 문자메시지로 발송하는 구조입니다.

    댓글을 보고 몇 년 만에 다시 글을 읽어보니 위에 1번 항목의 내용이 조금 감정적으로 쓰였고 적절치 못한 단어를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개인정보 동의 부분에 대해 언급했던 건, 쇼핑이나 서비스 업체가 카카오에게 사용자 존재 여부를 확인할 때 카카오는 사용자의 전화번호를 활용하고 있고, 사용자는 카카오톡을 가입하면서 본인이 등록한 친구 이외의 누군가로부터 상업적 메시지를 본인 데이터 요금을 지불하면서까지 받게 될 것이란 것에 대해 예측 가능성이 없다고 봤습니다. 

    또, 현재는 대부분의 업체가 알림톡까지 기재된 약관으로 동의를 받고 있지만 이 글이 써졌을 당시인 2017년 1월에는 약관 개정조차 하지 않고 발송했던 업체가 있었고, 또 약관은 개정했지만 개정 여부를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송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무제한 요금제 가입 비율도 약 27% 정도인 시기였지요. 

    여전히 카카오 알림톡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소모하며 비용을 카카오톡 사용자에게 부담케 하고 있습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수도 있는 일이지만 매월 휴대폰 고지서에 ‘카카오 알림톡 사용비용’이라고 항목이 찍혀 나온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림톡을 유지할까요. 이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이소영님Apr 23. 2019@로디아 그렇네요!! 업체들한테 SMS/LMS 보다 비용이 저렴 하다고 홍보하고 있어 앞으로 사용이 늘어날 것 같은데 대신 소비자한테 데이터 발생의 문제가 있네요.
반응형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정아 중국어 수강 후기  (0) 2019.09.26
[구해줘]를 읽고  (0) 2019.09.26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0) 2019.09.25
라라랜드, 꿈꾸는 사람들을 위하여  (0) 2019.09.25
워드프레스, 어디서 시작하면 좋을까  (2) 2019.09.2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