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40 스마트폰과 신호등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 기다리는 사람들 요즘 횡단보도에 서 있으면 스마트폰을 보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흔하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엔 차동차용 신호등을 보거나 노점의 모습을 보거나 우리의 모습을 두리번거렸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횡단보도 앞의 우리는 무리 지어 있지만 완벽히 홀로 떨어져 나온 섬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트리거가 되어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여전히 길은 잘 건너는 듯했다. 다른 사람들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보고 있어도 옆사람들이 움직일 때 나도 같이 움직이면 되었다. 그러면 어김없이 초록 신호가 보였다. 이 시스템이 가끔 오동작하는 건 무리를 이루는 수가 적을 때다. 이때, 어떤 이들은 초록 신호가 다 끝나도록 거기 그대로 있었고 가끔 옆사람의 움직임을.. 2019. 9. 25. 버스, 기사 아저씨 요즘 버스를 타다 보면 으레 나오는 트로트 대신 귀에 익은 음악이 나올 때가 많았다. 타이밍 좋게 라디오에서 나오는 것이겠거나 했는데 그 횟수가 늘어나다 보니 그 영문이 뭔지 궁금증이 생겼다. “요즘 라디오에서 복고 열풍이라도 부는 것인가..?” 주로 내가 타는 구간의 길이는 대여섯 정거장 정도인데 대부분 목소리는 없고 노래만 나왔다. 가만히 룸미러에 비친 버스기사 아저씨의 얼굴을 보았다. “참 앳되었다.” 어느새 버스기사 아저씨마저 이렇게 되었구나. 슈퍼 아저씨도, 출퇴근 직장인도 모두 모두 내 친구들이었구나. 군인 아저씨가 그랬다. 아저씨였다가, 형이었다가, 친구였다가, 동생이었다가, 아이들이 되었다. 제대를 하고 예비군이 되고 민방위가 되면서 그런 생각들을 해 본 지 오래였는데, 버스를 타면서 다시.. 2019. 9. 25. JTBC 뉴스룸을 보고 올바른 언론의 역할과 가치 9시 뉴스와 신문 몇 가지만이 세상의 눈과 귀의 역할을 하는 때가 있었다. 매일 저녁 9시면 아버지는 TV 앞에 앉으셨고 하루를 1시간으로 압축한 브리핑을 받으셨는데 조금 더 크면서 방송국은 하나가 아니고 또 각각의 뉴스도 성향이 있다는 걸 알았다. 코 흘리게 친구 간에 싸운 것을 같은 반 아이가 선생님에게 이야기한다고 해보자. 싸움을 했다는 변치 않는 ‘사실’이 있지만 한 명의 이야기만 들어서는 ‘진실’에 접근하고 올바른 판단을 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엔 싸움을 한 당사자들도 있고 바로 옆에서 지켜봤던 아이들도 있으며, 그 옆을 지나는 – 밀란 쿤데라가 얘기했던 키치(Kitsch)를 만들어 내는 – 아이들도 있었다. 언론의 올바른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 더 이상 욕심 이어선 안.. 2019. 9. 25. 가을이 오면 이제 제법 공기가 차다. 코 끝이 싸하게 아린 것이 확실히 여름은 갔다. 잔디밭에 빛이 따뜻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거기 가을이 있었다. 가을의 퇴근길은 더하다. 노을이 덮은 가을의 거리는 이런 모양이다. 광장에서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는 얘들을 무심히 보면서 “나는 언제 이렇게 컸지..” 생각했다. 내 유년시절이 생각보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양복을 입고 구두를 신은 모습이 낯설어 내 몸에서 영혼을 때어내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1년 전 가을엔 나는 이철수 판화가의 이 그림을 너무 좋아했었고, 2년 전 가을엔 첫걸음마를 땐 아들과 동물원에 갔었다. 그렇게 올해도 고마운 가을이 왔다. 2019. 9. 25. UX를 활용하여 행동변화 끌어내기 일상 디자인과 내가 좋아하는 일 감기에 걸렸다. 이럴 땐 컵이고 수건이고 따로 쓰는 것이 좋기 때문에 “저 수건은 내가 쓴 것이니 쓰지 말고 새 것으로 써”라고 얘기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대신 새 수건을 아래처럼 걸어두었다. 누군가 막 세수를 하거나 손을 닦았다면, 그리고 뒤를 돌아 이 모습을 보았다면 어떤 수건을 선택할 확률이 높을 것인가? (여기서 4.9195%의 정규분포 곡선 귀퉁이에 위치한 그들은 잠시 접어두자.) ‘유심히 기억해야 지킬 수 있는 것’에 기대지 않고 무의식 중에 자신의 사용자 경험에 따라 적합한 방향으로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이게 내가 생각하는 ‘일상 디자인’이다. (UX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일상 디자인’이란 말이 내 의도를 더 정확히 표현한다고 생각.. 2019. 9. 25. 역지사지 뙤약볕에 멀쩡한 남자가 갑자기 땅을 만진다. 알고 보니 목줄을 맨 강아지 발이 뜨거울까 봐 그런 거였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너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 중요한 건 애정이 있어야 이런 생각도 든다는 것이다. 아직도, 땅을 만져보는 손이 아련하다. 2019. 9. 25. 내가 좋아했던 정원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 샛길로 빠지면 우악스럽게 구겨진 듯한 아스팔트 길이 하나 나온다. 이런데 도대체 뭐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제일 먼저 들게 되는데, 색도 칠해지지 않은 방지턱 때문에 서너 번 급 브레이크를 밟고 나면 그 길을 따라온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 보라색 집이 하나 보인다. 이 보라색 집 앞에 작은 다리가 하나 있는데 내가 이 정원이 특별하다고 믿게 하는 광경을 여기서 볼 수 있다. 머리 위로 KTX가 다니는 철도가 있고 그것을 받치고 있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대단히 압도적이다. 그 거대함 앞에 잠시 자연과 인간, 숙연함, 위대함, 잿빛, 파괴, 재앙처럼 잘 서로가 어울리지 못하는 단어들이 내 감정이 되기 위해 애쓴다. 구도 때문이었을까? 다리를 다 건너서 본 그 콘크리트 구조물은 .. 2019. 9. 25. 퇴근길의 아저씨 목적지를 못 정한 몸을 알아챈 다리는 놀란 마음을 누르며 바닥을 걷어찼다. 아저씨의 목덜미 사이로 빳빳한 와이셔츠가 꼿꼿이 서있는데 이미 절반은 베고도 남아 시커멓게 살이 고였다. 하루는 지났는지 어쨌는지 무심히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올린다. 2013-10-01 2019. 9. 25. 어느 주민센터의 제설작업을 통해 본 리더십의 중요성 2012년 겨울, 밤 사이 많은 눈이 내렸다. 도로에 쌓인 눈 때문에 버스는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움직였고 그 때문인지 지하철로 가는 인도에는 주민센터에서 나온 20여 명의 사람들이 거리를 쓸고 있었다. 고마운 마음도 들었고, 리더십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기에 짤막하게 해두었던 메모를 여기에 써본다. 환경 왕복 4명 정도 지날 수 있는 30여 미터 인도에 20여 명의 사람이면 꽤나 많은 숫자였다. 행인보다 오히려 그들이 더 많아 보이기도 했으니까. 좀 특이했던 건, 좀처럼 눈이 잘 줄지 않았던 것 같고 사람들은 여전히 미끄러워하며 뛰뚱거렸다는 것. 질문 왜 그럴까? 출근길이라 그리 느긋한 상황은 아니었는데 잠깐 귀퉁이에 서서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이 메모를 했다.) 현상과 느낌 1. 빗자루.. 2019. 9. 25. 슈퍼스타 k와 브랜드 마케팅 오디션이 시작될 때 거의 대부분의 도전자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원석과 같다. 몇 번의 초반 심사를 거치면서 수십 명의 도전자들이 남는데 이 정도 되면 한 명 한 명 정말 멋진 재능들을 가지고 있음이 tv밖에도 전해진다. 그런데 그다음이 문제다. 남은 도전자들은 자신이 잘하는 장점을 더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그래프로 그리고 다른 도전자 그룹과 비교한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기 위해 다음 경연까지의 시간을 그것을 보완하는데 집중한다. 이 결과는 슈퍼위크가 지나고 첫 생방송을 맞으면서 절정에 달한다. 지금부터는 그 귀 기울이던 그 방송이 아니다. 어김없이 아이라인과 스모키 화장. 한 동작 한 동작 정성을 기울이는 춤이 무대를 가득 메운다. 심사위원들은 본인의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한 것 같다.. 2019. 9. 25. 이전 1 2 3 다음